▷ 한수진/사회자:
미생 하면요. 아직 살아있지 못한 상태라고 하는 용어의 바둑 용어인데요. 바둑과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결합시킨 웹툰 미생이 직장인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바둑으로 실패한 고졸 장그래 사원이 종합상사에 입사하면서 깨지고 넘어지며 그렇게 배워가는 내용인데요. 현실적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직장인의 바이블이다. 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누적 조회수가 4억 건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그 미생 시즌 1이 지난주에 완결이 되었습니다. 이끼부터 미생까지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분이시죠. 윤태호 작가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윤태호 작가: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일단 미생 시즌 1이 완결되었는데 소감 한 말씀해주시죠.
▶ 윤태호 작가:
웹툰 와서 개인적으로 제일 오래 연재한 작품이고요. 1년 7개월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독자들의 반응도 얻었던 작품인 것 같고요. 취재도 제일 열심히 했던 작품이라서 끝나고 나니까 허전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연재하시는 동안에는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을 것 같은데요.
▶ 윤태호 작가:
주 2회 연재이다 보니까 그 많은 스케줄 맞추느라고 2~3일에 한 번씩 자고 그랬었죠.
▷ 한수진/사회자:
정말 강행군이었군요. 이제는 푹 주무시나요.
▶ 윤태호 작가:
또 새로 원고를 시작해서요. 요즘도 똑같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어떻게 바둑과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결합시켰을까. 이게 제일 먼저 궁금해요.
▶ 윤태호 작가:
흔히 바둑을 세상의 축소판이라고도 하고 바둑에 들어가 있는 용어들이 삶에 대해 은유하기 좋은 단어들이 많이 있어서요. 그것이 직장인들의 세계에서도 접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직장인들이 직장에 나가게 되면 한 판의 바둑을 두는 심정으로 나가지 않을까. 이런 은유가 가능해서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바둑을 좀 두시는 거죠?
▶ 윤태호 작가:
굉장히 못 두고요. 바둑 관련한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론으로 고수시네요. 어떻게 보면 기획 단계에서는 위험한 시도이었을 것 같아요.
▶ 윤태호 작가:
네. 그래서 처음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바로 시작 못하고 3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쳤죠.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회사원 같은 경우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라서 그 쪽 같은 경우는 취재도 오래 걸렸던 것 같고 취재원 찾는 것도 오래 걸렸고 그랬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놀라운 디테일을 어떻게 다 취재해서 구현하신 건가요.
▶ 윤태호 작가:
일단 배우는 마음으로 취재했고요. 취재가 아니라 공부하는 마음으로 했고 모르는 단어 있으면 새벽에라도 전화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도움을 주신 분들도 참 많았겠네요.
▶ 윤태호 작가:
네. 이번 후기에도 밝혔지만 단체에서부터 개인이신 분들까지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미생이라는 만화를 통해서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을 것 같아요.
▶ 윤태호 작가:
보통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다보면 자기 자신을 가치 없게 느끼거나 회사의 하나의 부속품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개인의 가치랄까요. 이런 부분들을 증명해보이고 목격하게 만드는 이런 만화를 하고 싶었죠.
▷ 한수진/사회자:
당신은 소중한 존재이다. 이런 말씀을 하시고 싶으셨군요. 만화 보면 명장면들 많거든요. 저는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맞벌이 부부, 선영 차장 이야기가 공감이 가더라고요. 혹시 못 보신 분 있으실까봐 잠깐 말씀드리면, 정말 똑부러지게 일 잘했잖아요. 차장까지 승진했는데 그 때서야 남편이, 돈은 내가 벌 테니 이제는 회사 그만두고 이제는 애 키워라. SNS에서도 워킹맘들, 아주 열렬히 지지하던데요. 이건 어디서 얻은 에피소드 이었나요.
▶ 윤태호 작가:
주로 직접 면대 면으로 하는 취재 말고 카페나 이런 쪽에 자주 가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여성분들 카페가 있어요. 거기 가보면 남편들과의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부분이랄지. 자기의 일에 대한 가치를 너무 폄하한다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분노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이 많더라고요. 아주 절절하고 특히, 남편이 아무리 일 해라. 이래도 여성 스스로가 아이가 있으면 내가 먼저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참 많았고 그 분들이 쌓아온 커리어라는 것들이 너무 쉽게 훼손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 에피소드를 하게 되었죠.
▷ 한수진/사회자:
거기 보면 선영 차장 딸이 그린 그림 보니까 엄마 얼굴에 눈코입이 없기에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까 맨날 바쁘게 출근하는 뒷모습만 보아서 딸이 엄마 뒷모습만 기억했던 것이다. 이런 것은 워킹맘들 마음을 후벼 파거든요.
▶ 윤태호 작가:
그 어린이집 같은 경우도 제가 개인적으로도 경험했던 것이고요. 제가 아이 데리러갔을 때 종일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서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것을 잊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애처로움도 담고 싶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보면 웹툰의 특성 때문에 댓글 이야기 안 해볼 수 없는데 말이죠. 댓글 대부분이 찬양일색이던데 혹시 작가님도 댓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나요.
▶ 윤태호 작가:
신경을 쓴다기보다 거의 제3의 취재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죠. 대부분 직장 다니시는 독자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요. 그 분들 댓글을 보면 제가 밖에서 개인적으로 취재할 때 몰랐던 부분이랄지. 갑을 관계에서의 을 회사에서의 느낌이랄지. 이런 부분들도 많이 알 수 있게 되어서요. 댓글 같은 것은 열심히 보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은 어떤 댓글이었나요.
▶ 윤태호 작가:
일단 한국 기원에 갔을 때 입단 실패한 연구생들을 취재하기 어려웠는데 막상 연재가 시작되고 나니까 자기가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와 같은 사람이다. 이렇게 하면서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면 자기가 자기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겠다. 라고 하신 분들이 기억에 남네요.
▷ 한수진/사회자:
일본에 보면 시마 시리즈라고 있잖아요. 샐러리맨 만화 아주 유명하죠. 사원 시마에서 사장 시마 될 때까지 31년 동안 연재되었는데 혹시 미생 시리즈도 CEO 장그래. 이렇게 될 때까지 쭉 가실 생각 없으세요.
▶ 윤태호 작가:
만약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면 하겠는데 그런 판타지를 그리는 것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판타지는 쉽지 않기 때문에요. 그리고 그런 판타지를 통해서 직장인들이 동의를 하시거나 위로를 받거나 고무될 수 있는 지점이 없기 때문에 그런 판타지를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윤태호 작가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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