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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금 현물시장, 음성거래자 이끌어낼 유인책 의문"

금 현물시장 조기 활성화 가능성은?

[취재파일] "금 현물시장, 음성거래자 이끌어낼 유인책 의문"
정부와 여당이 7월 22일 음성적인 금 거래시장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알다시피 금거래는 대표적인 지하경제의 하나로 손꼽혀왔죠. 국내 금 거래시장의 실태는 어떨까요?

우선 이미 양성화된 시장이 있습니다. 전기 전자 분야의 소재로 쓰이는 제련금과 은행용 골드뱅킹에 쓰이는 수입금 시장이 그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시중의 귀금속상에서 볼 수 있는 정련금 시장입니다. 여기에 쓰이는 금은 개인이 보유한 금반지 등을 매입해 원재료로 재사용되는 고금(古金)입니다. 고금이 수집업자를 통해 정련업자에게 넘어가고 세공과 소매를 거쳐 소비자에게 넘어가는데 이 과정이 불투명한 겁니다. 게다가 홍콩 등에서 몰래 들여오는 밀수금 시장의 규모는 추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국내 금 유통시장의 규모는 앞서 설명한 제련금이 5톤, 수입금이 10~15톤, 정련금 85~90톤 입니다. 전체로 합치면 연간 100~110톤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중 음성거래 규모가 55~70톤에 달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추산입니다. 이렇다보니 조세포탈도 엄청난 규모입니다. 전체 고금 매입규모가 3.4~4.5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1.2조원 가량이 신고되는 반면 나머지 2.2~3.3조원대의 금거래는 음성거래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부가세 10%를 적용해보면 2,200억원~3,300억원 가량이 탈루액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당정이 확정한 금 거래 양성화 방안의 핵심은 주식시장처럼 한국거래소 산하에 전문화된 금 현물시장을 설립한다는 겁니다. 금 공급자는 골드바 실물을 한국예탁결제원에 맡겨두고 전산망을 통해 매도주문을 냅니다. 금 관련 사업자나 은행, 증권사들이 매수자로 시장에 참여합니다. 비회원인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의 중개를 거쳐 위탁매매를 할 수 있습니다.

주식 거래의 기본 단위는 '주'가 됩니다만 금 거래에서는 '그램(g)'입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1~10g 이내의 소량을 거래 최소 기본단위로 삼는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입니다.

예탁결제원에 보관하는 금 즉 골드바가 1Kg 단위이기 때문에 인출할 때도 킬로그램 단위로만 가능합니다. 그 이하의 경우 금을 인출하고 싶으면 금거래 계좌에서 현금 출금만 가능하고 실물 금 인출은 할 수 없습니다.

시장 참여자에 대한 유인책도 만들어졌습니다. 우선 수입금의 경우 관세를 면제해줍니다. 또 법인세도 감면해주는데 현물시장 이용금액에 대한 산출세액의 5%나 현물시장 이용금액 연간 증가분에 대한 산출세액 전액 가운데 택일할 수 있습니다. 말많은 금거래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도 정비가 이뤄집니다. 장내에서 실물 인수도 없이 계좌상으로만 거래되는 경우에는 일종의 투자상품으로 봐 부가세를 비과세합니다. 금이 실제로 보관기관에서 인출되는 시점에만 보관기관이 금 소유자에게 부가세를 징수해 납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유인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양성화의 타겟이 될 귀금속상 등 정련금 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한 투자뿐만 아니라 금 실물이 오가는 거래의 당사자들이죠. 그래서 부가세 비과세 혜택을 못 받습니다. 관세 감면 역시 이미 양성화된 수입금 업자들에게 해당되지 정련금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법인세 감면 정도가 될텐데 이제까지 무자료 거래 비중이 높았던 만큼 법인세를 깎아준다는게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전문가 시각이 많습니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딜레마가 깊습니다. 사실 정부가 급히 금거래 양성화 추진에 나선 속내는 세수부족에 대한 절박감 때문이죠. 연간 3천억원으로 추산되는 탈세를 찾고자 하는 겁니다. 하지만 탈세에 길들여졌던 시장 참여자들은 탈세를 대신할 혜택이 아니라면 굳이 현물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금 현물시장의 조기 활성화 여부에 대해 회의하는 시각이 많은 건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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