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중부와 남부지방의 날씨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남부지방에 계신 분들은 1994년 이후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중부지방은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에 꿉꿉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쨍하고 볕들 날을 기다리고 있지만 구름에 가린 하늘은 좀처럼 푸른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매우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름이 한참 지난 것 같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남아 있는데요, 남아 있는 여름 동안 한반도에서 영향을 유지하기 위한 승부입니다. 승부의 두 축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인데요. 이 두 공기의 승부에 따라 장마전선이 중부를 중심으로 와 북한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맘 때쯤 되면 남쪽의 덥고 습한 고기압 즉,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키우기 때문에 북쪽 공기는 자리를 물려주기 마련입니다. 중국 북쪽으로 멀찌감치 물러가 늦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인데요. 그런데 올해는 이 북쪽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한 여름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장마가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변칙 플레이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북쪽 고기압이 약이 바짝 오른 상태거든요. 보통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북쪽 찬 공기가 여유 있게 한반도에 머물면서 금수강산의 아름다음을 즐기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남쪽의 더운 고기압이 일찍 밀려오는 바람에 이 좋은 시기를 놓친 것이죠. 5월 말에 이른 더위가 시작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절치부심하던 찬 공기는 기회를 노리다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남쪽으로 진군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힘이 약해졌다고 해서 쉽게 물러갈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니어서 최후의 저지선을 설정하고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데요, 이 저지선이 중부에 형성되면서 중부에는 장맛비가 남부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설명이 장황하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남과 북의 두 공기가 팽팽하게 맞서는 사이 폭이 좁은 호우지역이 중부에 머물면서 연일 국지성 호우가 이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북쪽 공기가 힘을 키운 결과 장마전선은 수요일(24일) 남부지방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뒤 목요일(25일)에는 제주도로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 후 2,3일 남해에 머물다가 다음 주 초에 다시 북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마전선이 북한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어서 다음 주 초에도 장마가 끝나는 것은 아닌데요. 올 장마가 최장 장마로 기록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놀랄 만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것처럼 2010년을 전후해 바뀐 기상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죠. 지난 2009년 여름과 2010년 여름에도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졌는데요. 2009년에는 장마가 8월 3일 남부지방에서 끝났고 2010년에는 7월 28일 장마가 물러갔습니다.
올 장마의 시작이 유난히 일러 장마가 이렇게 길게 이어지면 최장 장마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최근 40년 동안 장마가 가장 늦게까지 이어진 해는 지난 1987년으로 남부는 8월 8일까지 중부는 8월 10일까지 장맛비가 이어졌습니다.
가장 긴 장마는 1980년 장마로 중부지방의 경우 6월 16일 시작돼 7월 30일 끝나면서 45일이나 이어졌고, 제주도는 7월 31일까지 46일이나 장마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장마가 길다고 해서 강수량이 많은 것은 아닌데요. 장맛비가 가장 많이 내린 해는 지난 2006년으로 중부에 771.7mm의 강수량이 기록됐습니다.
[취재파일] 올 여름 가장 치열한 승부…최장장마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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