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페라나 뮤지컬을 홍보할 때 엄청난 무대 제작비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려한 무대 세트들은 공연이 끝난 후 어떻게 될까요?
김수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창고 마당에서 폐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이 5억 원 넘게 들여 만든 공연 무대세트인데, 보관할 곳이 없어서 소각장으로 보내는 겁니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에 오페라 4편의 무대세트를 모두 폐기해야 했습니다.
이 24톤짜리 트럭 15대 분량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강덕윤/국립오페라단 무대예술팀 : 버려지는 게 아깝기도 하고요. 만들어진 거 자체가 저희 예산으로 하긴 하지만 세금이잖아요.]
국립오페라단이 무대 의상 7500여 벌을 보관하고 있는 또 다른 창고.
공간도 모자라지만, 온도 습도 조절장치가 전혀 안 돼 있습니다.
여름철이면 으레 곰팡이와 전쟁이 벌어집니다.
[표현진/국립오페라단 연습감독 :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큰 값어치가 있는 옷들이거든요. 보수를 해야 할 부분이라든지, 곰팡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정리하고.]
창고가 없는 국립극장은 더 심각합니다.
내부 여기저기도 모자라, 아예 무대 바깥에 무대세트를 쌓아두다가 버리기 일수입입니다.
[주기홍/국립극장 무대미술팀장 : 뻥 뚫려 가지고 지금, 이런 상태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국립극장이라는 타이틀이 창피하죠.]
해당 기관들은 예산 부족 탓을 하지만, 신작만 선호하는 풍토도 문제입니다.
예전 작품의 무대세트가 다시 쓰일 가능성이 낮다 보니 멀쩡한 걸 버리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재활용 못해 공연 제작비가 늘어나고 결국엔 관객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임일진/무대 디자이너 : 외국 같은 경우에는 국립단체는 보관소를 별도로 운영을 하면서 그것들이 나중에 10년이든 얼마든 두고두고 레퍼토리화시켜서 사용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편이고요.]
공연예술의 기반시설인 무대 창고에 대한 정부 지원과 함께, 좋은 작품을 장기간 반복 공연하는 레퍼토리 시스템을 정착시키려는 공연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노인식, 영상편집 : 박정삼,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