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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화록 '실종'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취재파일] 대화록 '실종'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대화록이 실종됐습니다. 거기서 아무리 찾아봐도 대화록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못 찾았으니 '실종'입니다. 국정원에 있던, 왠지 모르게 쉽게 내던져진 대화록은 믿을 수 없다며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을 보려고 했는데, 국가기록원은 '우리집에는 없어요' 합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이라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에 고이 보관되어야 합니다. 15년까지 비밀 지정이 되어 있고,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으면 그 전에 꺼내 볼 수 없습니다. 재적의원 3분의 2라고 하면 개헌이 가능한 의결 정족수로, 국회 본회의장의 평소 출석률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일은 성사되어, 대통령기록관의 보관 목록을 검색한 것인데 허망하게도 거기 없다니요. 귀를 의심하게 합니다.

이 대화록 '실종' 소식에 여야 지도부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충격에서 벗어나 살 방도를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새누리당 열람위원 중에 선임 격인 황진하 의원은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보고 발언을 통해 "국가기록원이 모든 능력을 동원해 찾아보았으나 못찾았다고 했다. 국가기록원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국가기록원이 보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국가기록원에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해 대선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폐기됐다' 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당시 새누리당은 민주당은 역사를 폐기하는 상식 이하의 세력이라며 맹비난했었습니다. 그런데 일종의 도박이었던 국가기록원 자료 열람에서 예상치 못한 소득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정말이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네, 안 했네 하는 사실상 해석의 문제인 쟁점을 훌훌 털고, 새누리당은 참여정부가 역사적 기록물을 없애버렸다는 굵직한 대야 공세 이슈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19일) 최경환 원내대표는 "22일까지 대화록을 찾지 못하고 최종 없는 것으로 결론내릴 경우에는 없어진 경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사초가 없어진 경위를 명백히 규명을 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관련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국가기록원에서 찾은 다른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들은 '팥소'인 대화록이 없는 '찐빵'이기 때문에 열람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민주당 열람위원 단장격인 우윤근 의원은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가기록원은 현재까지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표현해야 맞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신도 아닌데 어떻게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그것도 의심스럽다" 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 기록관에게 열람위원들에게 국가기록원측이 '대화록은 없다'고 보고해, 그 자리에서 강하게 질책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화록이 없다는 국가기록원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애초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에서 공개해버린 대화록을 가지고 공방을 매듭짓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제공한 발췌본과 원본에 표현상 차이점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이 제작한 대화록이 왜곡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특히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정본'을 보고 진실을 밝히자고 제안했었기 때문입니다.

남북회담 대화록 열


그런데 기록원에 대화록이 없다니요, 민주당은 없는 게 아니라 못 찾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들도 나서서 모든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면서, MB 정부가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관장을 갈아치우고, 자기들 마음대로 자료를 다뤘을 수 있다며 자료가 훼손됐다면 MB 정부가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 전후 상황을 담은 국가기록원이 제공한 자료들부터 열람을 시작하자는 입장입니다.

일단, 여야는 오는 22일까지 대화록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추가 검색을 하기로 했습니다. NLL, 남북정상회담 등의 키워드로는 검색이 안될 수 있고, 대화록은 다른 암호명으로 제목이 달려 있을 수도 있다는 등 여러가지 가능성을 감안해, 자료 보관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이 참여해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누구라도 와서 찾아보라며 '대화록 자체가 없다'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도대체 누구를 전문가로 참여시켜야 대화록을 사나흘 안에 찾을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22일, 결전의 그날까지 대화록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야는 또 결론없는 '네탓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참여정부가 안넘겼다', '이명박 정부가 훼손했다'   또 22일까지 못찾았다고 해서 '없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끝나지 않는 논쟁'이 될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만약, 대화록이 '나 여기 있었어요~!' 하고 나타난다면, 이 또한 어떨까요? 우선은, 정치권의 황당한 호들갑에 할 말을 잃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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