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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트의 여전사', 비치발리볼에 도전하다

지난 화요일부터 어제(18일)까지 사흘동안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세계여자비치발리볼 코리아투어 대회가 열렸습니다. 매년 여름이 되면 국내에서 몇차례 비치발리볼 국제대회가 개최되는데, 이번 해운대 대회는 유난히 관심을 끌었습니다. 여자배구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한유미씨가 비치발리볼 선수로 변신해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10년 가까이 국가대표를 지낸 한유미 선수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동생 한송이와 함께 36년만의 4강신화를 일군뒤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외모와 실력을 겸비해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스타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강한 승부근성까지 갖춘 '코트의 여전사'로 불렸습니다.

10개월만에 코트가 아닌 뜨거운 모래위로 돌아온 한유미는 실업배구 선수 이선화와 팀을 이뤄 이번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비치발리볼은 6명이 하는 배구(물론 9인제도 있지만)와는 달리 한 팀이 단 2명입니다. 5세트가 아니라 3세트 경기인 것도 다릅니다. 아직은 비치발리볼이 낮설고, 훈련 기간도 충분하지 못했던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한유미 선수 팀은 이틀동안 치른 4경기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모두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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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유미는 비치발리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습니다. 코트 위에서  탄력 좋은 배구화를 신고 경기하는게 아니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에서 맨발로, 그것도 배구처럼 6명이 아니라 2명이 해야하기 때문에 쉽지않고,  비치발리볼 선수들의 짧은 비키니 유니폼도 아직은 어색하다고 말했습니다.

한유미2

"공 재질도 다르고 규칙도 다르고 아무래도 코트도 6명 들어가다 2명이 다 해야되니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해보이고 저것도 못하나 싶겠지만 이게 쉽지않거든요. 저도 그전에는 그냥 TV로 봐왔지만 직접 해보니 많이 다르고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의상이 많이 짧아지고 작아졌기 때문에 처음엔 좀 어색하고 불편하고 신경쓰이고 이러긴 하는데 계속 적응하고.. 보면 다른 외국인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게 저희보다 더 짧은 유니폼을 입기도 하는 것 보니까 점차 적응하다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한유미 선수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실내가 아닌 야외 바닷가에서, 그리고 훨씬 더 가까이서 관중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을 비치발리볼의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비치발리볼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스포츠입니다. 올림픽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은 1998년 방콕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치발리볼에 대한 관심이 높지않고, 저변도 약해 아직까지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없습니다. 올림픽에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고, 아시안게임은 2002년 부산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 나섰지만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국내에서 비치발리볼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일단 기후적 요인으로 한여름 7,8월 정도 밖에는 경기를 할 수 없고, 아직까지도 스포츠라기보다는 볼거리 위주의 이벤트 정도로 보는 편견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전문적인 비치발리볼 선수도, 팀도 없습니다. 현재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 선수들은 모두 여자배구 실업팀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비치발리볼계에서는 전국체전 종목이 되는 것을 숙원으로 꼽고 있지만 전국체전이 보통 10월에 열리기 때문에 실내에 모래를 깔고 하지않는한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자배구 스타로 국제 경험도 풍부한 한유미 선수의 가세는 국내 비치발리볼 인기를 높이는데는 물론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도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유미3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때 배구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유미는 비치발리볼 선수로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도전해볼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상황도 되고 여러가지 몸상태라든지 그런 것이 주어진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비치발리볼 하는 선수들도 그렇고 좀더 적극적으로 연습한다든지, 그런 선수들 보유한 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연습 시간을 좀 할애해준다면 좀 더 좋은 성적 내지 않을까. 아시안게임 가서도
충분히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유미는 다음달 거제와 울산에서 열리는 두차례 대회에 더 출전해 경험을 쌓을 계획입니다. '코트의 여전사'에서 '모래밭 여전사'로 돌아온 한유미, 그녀의 유쾌한 도전이 도약을 꿈꾸는 한국 비치발리볼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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