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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머먼 파문에 '정당방위 불인정' 흑인여성 재조명

지머먼 파문에 '정당방위 불인정' 흑인여성 재조명
흑인 청소년을 사살하고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조지 지머먼(30) 사건이 미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지머먼과 정반대 상황에 몰렸던 흑인 여성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머리사 알렉산더(32).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저지르던 남편에 맞서 벽과 천장에 위협사격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작년 20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지머먼처럼 플로리다 주민인 알렉산더는 재판 당시 주의 '정당방위법'(Stand Your Ground) 적용을 호소했으나 거부당해 '인종에 따라 법적용이 달라진다'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지머먼은 히스패닉과 백인의 혼혈이다.

미국 지역 언론 '플로리다 타임스 유니언'(FTU)에 따르면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17일(현지시간) 잭슨빌의 한 교회 연설에서 두 사건이 법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하면서 시민 항의 행진을 촉구했다.

◇ 살인자는 무죄 vs 위협사격

주부는 유죄 잭슨 목사는 전날 알렉산더를 면회하고 나서 FTU와 한 인터뷰에서 "아무도 살해한 적이 없는 여인은 20년형을 살고 누군가를 죽인 남자는 자유의 몸으로 걸어나왔다.

둘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는 2010년 8월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남편이 폭언하면서 화장실에서 못 나가게 막자 총을 갖고 와 벽과 천장을 쐈다.

그는 남편이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려 위협사격이 불가피했다면서 정당방위법 적용을 요청했으나 재판장은 '신체에 극심한 위해가 가해질 상황이 아니다'며 요청을 기각했다.

알렉산더는 '자신에게 총을 겨눴다'는 남편 증언 탓에 '살인무기를 쓴 가중폭행'이라는 중범죄 혐의가 적용됐고 결국 유죄가 인정돼 20년형을 받았다.

플로리다에서는 중범죄 중 총기를 보이기만 해도 10년형, 총을 발사하면 20년형이 자동 선고되는 법이 있다.

◇ 인종 따라 정당방위 적용 달라져 지머먼 사건에 격분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정당방위법이 사람을 죽인 자경단원만 두둔하고 가정폭력 피해여성은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두 사건은 정당방위법이 인종에 따라 부당하게 적용된다는 불만을 크게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시연구소 사법정책 센터의 존 로만 박사가 미연방수사국(FBI)의 살인사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흑인을 사살한 백인이 주 정당방위법에 따라 무죄 판결을 받은 확률은 2010년 기준 22.83%로 백인을 쏜 흑인 사례(0.46%)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았다.

반면 백인을 쏜 백인이 정당방위법 구제를 받은 확률은 2010년 3.49%로 흑인을 쏜 흑인의 구제비율인 5.09%와 큰 차이가 없었다.

◇ 도망할 이유 없이 적극 대응

정당방위법은 '당신 자리를 지켜라'(Stand Your Ground)라는 명칭처럼 공격당한 시민이 도망갈 의무 없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즉 자신이 정당히 머무를 수 있는 장소라면 굳이 현장을 피할 의무 없이 바로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먼저 위협 상황을 회피할 의무를 다했는지가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추가된다.

한편 지머먼 재판 평결에서는 실제 정당방위법은 적용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머먼의 변호인을 인용해 재판 때 정당방위법 적용이 정식으로 요청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지머먼은 사건 당시 희생자 트레이번 마틴(17)에 붙잡혀 땅에 짓눌린 상태라 회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마틴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정당방위법 적용이 정식으로 요청되지 않아도 법의 존재 자체가 배심원들이 보는 사건 설명자료(instruction)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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