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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학의 전 차관이 '전직 고위 공무원 M씨'라고요?

논란이 된 사건마다 당당하지 못한 경찰

[취재파일] 김학의 전 차관이 '전직 고위 공무원 M씨'라고요?
“당당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알았니?” 모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사전적 의미의 당당함과 사기꾼(?)들의 당당함은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가 떳떳함이라면 후자는 뻔뻔함이겠죠. 요는 사기꾼마저 당당함을 생존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의 ‘민중의 지팡이’는 왜 아직까지 당당하지 못한 건지 답답하다는 겁니다.

새누리당 의원의 경찰 폭행 의혹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는 교집합이 있습니다. 바로 경찰입니다.

폭행 의혹 사건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의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저녁 자리에서 경찰 간부를 때렸다고 알려진 사건입니다. 파장이 커지자 경찰청장이 기자들에게 직접 해명했죠. ‘고성이 오간 건 맞지만 폭행은 없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청장이 나서기 전 당사자인 경찰 간부는 “안행위와 저녁 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며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민이 뽑아 준 국회의원을 경찰이 때렸느냐고 물은 게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맞았느냐고 물었는데 안 맞았고(이건 사실이지만) 그런 자리에도 안 갔다고 한 건 어떤 이유에서든 당당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안행위는 경찰 조직을 국정감사 할 수 있는 ‘슈퍼갑’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건 자체를 숨기고 굴절시켜 위기를 모면하려(모면시켜주려) 한 행동은 일선에서 당당해지려는 경찰관들에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성접대 의혹 사건에서도 경찰의 당당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난 4개월 동안 경찰청 특수수사과, 열심히 일한 건 인정합니다. 문제의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임을 입증했고,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죠. 또 관련자 백 수십 명을 조사해 범죄 혐의를 찾아내느라 숱한 밤을 새웠을 겁니다.

경찰
하지만 뭐가 두려운 건지, 경찰의 수사는 딱 여기서 멈췄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법조계, 금융계, 건설업계 등에 검은 촉수를 드리운 까닭은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수사 결과에서도 모 대형병원 전 원장과 대형 건설사 전 사장, 교수 등이 성접대를 받았다고 발표했으니까요. 물론 김 전 차관을 포함해 당사자 중 일부는 그런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긴 합니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과 법적으로 문제될 일에 대해 시원하게 인정하는 피의자는 많지 않죠. 그걸 입증해내는 건 수사 기관의 몫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입증을 했고 공식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선 최소한 피의자 성만이라도 밝혀온 게 그간 경찰의 행적이었는데요,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자물쇠로 굳게 채운 듯 김 전 차관에 대해 ‘전직 고위 공무원 M씨’라고만 되풀이했습니다. 김 전 차관의 영문 이니셜인 K씨도 아니고 M씨랍니다. 그럼 그간 범죄를 저질러, 온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김모 씨와 이모 씨, 조모 씨와 박모 씨들은 얼마나 억울할까요. 이번 성접대 사건은 사회 유력 인사들이 범죄와 도덕적 일탈 사이를 무차별 넘나든 황당한 사건이라 국민의 관심을 받은 건데 외려 사회 유력 인사들이라 익명 뒤에 숨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엔 당당하지 못한 경찰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당당해야 살 수 있다, 사기꾼들도 이런 모토가 있는데 하물며 경찰이 당당하지 못하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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