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기본
크리스 폴은 현역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힌다. 키는 180cm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최고의 볼 핸들링, 넓은 시야, 수준급 운동능력을 앞세워 리그를 지배해가고 있다. 올 여름, 폴은 원 소속팀 LA 클리퍼스와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에 재계약하며 우승을 위해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폴이 데뷔 초 가장 신경을 쓴 부문은 점프력의 향상이었다. 이를 위해 하체 훈련에 많은 힘을 쏟았다. 썩 뛰어나지 않은 신체조건을 여러 잔기술과 파워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폴은 일주일에 네 번씩 모두 11가지의 세분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11단계 모두 하체 힘과 유연성을 기르는 훈련이었다. 그 결과 데뷔 이후 폴의 점프력은 38인치까지 향상됐다.
*크리스 폴의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
http://www.youtube.com/watch?v=8sbhSuJUIuI&feature=player_embedded
*폴 dunks on 드와이트 하워드
http://www.youtube.com/watch?v=Dh_7i4gHNNA&feature=player_detailpage
폴은 무릎 수술 이후 최대한 점프를 자제하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비시즌 훈련이 있었기에 20대 초중반 시절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폭발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 훈련은 몇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무릎 밑에서 양손 드리블을 치다가 서서히 지점을 높여 가슴 부근에서 코트에 볼을 튕긴다. 시선은 정면을 향하며 서서히 드리블 속도를 높여 최대치까지 올린다. 동시에 볼을 튕기다 교차해서 드리블을 치는 과정도 여기에 포함된다.
소요 시간은 하루에 30분으로 그리 길지 않은 편. 월은 “다양한 드리블 패턴과 형태로 매일 꾸준히 30분만 투자하면 좋은 볼 핸들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비시즌 훈련으로 꼽힌다. 무게중심이 낮게 형성될 뿐만 아니라 양손 볼 핸들링 훈련을 통해 상대의 트랩, 햇지 수비에 대한 대처능력도 키울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하체 운동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다. 월 외에 리그를 대표하는 여러 포인트가드들이 이 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존 월의 양손 볼 핸들링 훈련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iysTlumVogs&feature=player_embedded
2013-14시즌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데릭 로즈는 비시즌 훈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절대 훈련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그리고 코치나 트레이너에게 훈련 방식이 옳은지 항상 물어보아라.” 로즈의 트레이너에 따르면 그는 훈련 중독자다. 오전/오후 훈련을 한 차례도 거르는 법이 없다고. 로즈는 “체력,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길은 오직 훈련의 반복 외엔 없다”"며 비시즌을 헛되이 보내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불혹을 맞이한 데릭 피셔는 NBA를 대표하는 ‘몸짱’이다. 피셔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오프시즌 훈련의 목표는 버티는 힘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하루에 두 번, 90분씩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훈련을 한다”며 “8월 중순부터 9월까지는 근육 훈련보다는 온-코트, 기술에 관련한 움직임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피셔의 상체는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NBA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특히 어깨 근육량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피셔는 “시즌 도중에는 상체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비시즌에 집중적으로 몸을 키운다. 주기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그 비결을 밝혔다.
여름을 잘못 보낸 선수들
반면, 오프시즌을 잘못 보내 농구 인생을 그르친 선수들도 있다. 1990년대 덩크로 NBA를 수놓았던 숀 켐프가 대표적인 예. 1999년 직장폐쇄 기간 동안 체중 조절에 실패한 켐프는 이후 NBA 커리어가 완전히 꼬이고 말았다. 당시 클리블랜드 단장이었던 웨인 엠브리의 자서전에 따르면 당시 켐프는 무려 140kg에 육박하는 ‘뚱보’였다고. 이는 한창 때보다 무려 25kg이 증가한 수치다.
빈 베이커 역시 알코올 중독과 식단 조절 실패로 씁쓸한 말년을 맞이한 선수 가운데 하나다. 데뷔하자마자 밀워키 벅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낙점 받은 그는 데뷔 2년 만에 올스타에 뽑히는 등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켐프와 마찬가지로 직장폐쇄 기간 동안 거의 몸을 만들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바벨, 러닝머신, 농구공 대신 그가 집착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술.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 베이커는 급기야 체중마저 급격히 불어나며 예전의 활동량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2001-02시즌을 끝으로 한 번도 평균 두 자리 득점을 올리지 못한 그는 이후 음주운전 파문을 일으키는 등 끝내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베이커는 34살의 젊은 나이에 NBA 코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알렌 아이버슨처럼 연습, 훈련이 갖는 의미를 아예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래리 브라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팀 연습에 충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각한 불화를 빚은 바 있다. 당시 미디어 인터뷰에서 아이버슨은 ‘Practice(연습)’ 단어를 무려 17차례나 반복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브라운 감독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행동이었다.
아이버슨의 인터뷰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아이버슨이니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는 우호적인 의견과 “제 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해도 팀의 규율은 지켜야 한다. 더구나 팀 연습 아니던가. 아쉬운 행동이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이버슨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본 경기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연습이 동료들의 기량까지 끌어 올릴 수는 없다”는 말과 함께 아이버슨의 요란한 기자회견은 막을 내렸다.
*알렌 아이버슨의 ‘Practice'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d29VsG35DQM
식단 조절은 또 다른 보약
잘 쉬고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르브론 제임스가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한 직후 했던 말은 “2주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쉴 겁니다. 제 일정에 관해 묻지 말아주세요”였다. 그런가 하면 19년에 걸친 NBA 생활을 마감한 그랜트 힐은 낮잠 신봉자다. 힐은 시즌이든 비시즌이든 관계없이 늘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낮잠을 잤다고. 여기에 힐은 햄버거, 튀김류 같은 패스트푸드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힐도 20대 초반까지는 틈만 나면 정크 푸드를 즐겨 먹었다. “그땐 음식이 제 신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사실 운동선수라 해도 식단 조절은 쉽지 않다. 이에 르브론 제임스, 스티브 내쉬 등 많은 선수들이 전담 요리사를 고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 여부가 다음 시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팀 던컨이나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슈퍼스타들은 해외를 방문할 때나 농구 클리닉을 열 때 연습 시설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는다. 어느새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경쟁력을 내보이는 이유다.
마이클 조던이나 덕 노비츠키, 데릭 로즈가 프로 초창기에 얻은 별명은 모두 ‘Gym Rat'이었다. 그만큼 체육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의미였다. 여기에 앞서 밝혔듯, 잘 먹고 잘 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들이 선택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가장 간단하지만 어려운 길이 아닐 수 없다.
NBA를 누비고 있는 500여명의 선수들은 주전/비주전 여부를 떠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자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고 있는 NBA 선수들의 여름나기가 2013-14시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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