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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걸어 다니는 하반신 마비 환자…부정수급자를 찾아라!

[취재파일] 걸어 다니는 하반신 마비 환자…부정수급자를 찾아라!
양측하지 부전마비, 제4.5번 추간판탈출증. 척수진탕, 방광기능장애, 흉요추부염좌.

조금 생소하지만, 듣기만 해도 많이 아파보이는 병명들입니다. 이 병을 모두 앓고 있는 한 남성이 있습니다. 1999년 직장에서 철판을 옮기던 도중 나무에 걸려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쳤고 그 이후 이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반신 마비에 허리디스크까지 있는 이 남성, 휠체어 없이는 아마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멀쩡히 두 다리로 잘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차량을 8대나 보유한 채 보조 장치 없이 운전까지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도 매달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를 평균 500만 원씩 받았습니다.  산재보험급여 부정 수급자 강 모 씨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강씨가 처음부터 속인 것은 아닙니다. 1999년 산업재해 발생 이후 병원에서 오래 치료를 받았고 2007년에는 하반신 마비 판정도 받았습니다. 아팠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후 상태가 조금씩 호전된 겁니다. 간병인의 도움 없이 혼자 걸을 수도 있게 됐고, 왼쪽 다리가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동안 매달 꼬박꼬박 나오던 산재보험급여를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던 겁니다. 강씨의 경우 한 달에 간병인 급여로만 76만 원, 연금으로 4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았습니다. 장해 1급의 경우 1년 동안 평균 임금의 329일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는 휠체어를 타고, 물리치료도 받고, 약을 받으며 하반신 마비 환자 행세를 해 왔던 겁니다.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에서도 감쪽같이 속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산재보험 부정수급


이번에 드러난 부정 수급자의 사례는 다양했습니다. 역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는데도 상태가 호전돼 정상인처럼 살면서 취미로 궁도를 시작해 공인 5단이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매달 보험급여 530만원씩 받으며 근로자들의 공적 재산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 셈입니다. 20대 젊은 남성은 2003년 두 다리를 영구적으로 못쓰게 됐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상태가 좋아져서 새로운 직장에 취업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산업재해 보상보험 부정 수급 적발액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9년 57건, 26억 원이던 것이 지난해는 200건, 294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200억원이 적발됐습니다. 지난해 총 보험 급여 지급 액수가 3조 8천억 원이었는데 그 가운데 1% 정도가 부정 수급자로 드러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빙산의 일각 일뿐 전체의 약 10%정도가 허위 또는 부정 수급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산재보험 부정 수급 사례자는 우리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물론 실제 산업재해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제도적 허점을 교묘하게 악용해 받지 말아야 할 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측은 부정 수급자 적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제보'라고 말합니다. 병원에서 또 직장에서 아니면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적발된 경우의 상당수가 신고와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매달 연금을 받고 있거나, 주변에서 갑자기 큰돈이 생겼다면서 자랑을 하거나, 일을 하다 함께 다친 직장 동료가 “왜 저 사람은 계속 돈을 받고 있지?”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부정수급자를 신고할 경우 최대 3천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부정 수급은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부정수급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고, 부정수급액은 물론 받은 돈의 배액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은 근로자들이라면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알 수 없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재산입니다.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겁니다. 그런 소중한 사회적 재산을 갉아먹고 있는 부정수급자를 줄여 나가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참고) 신고전화는 02-2670-09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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