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호적을 가진 중국 여성 왕(王)모씨.
그녀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명의 남성과 결혼하고 이혼했다.
상대의 나이는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과거 남편'들이 모두 베이징 호적이 없는 외지인이라는 것이다.
베이징 호적을 갖지 못한 이들의 주택 구입을 위한 '위장 결혼 서비스'가 성행 중이라고 신경보(新京報)가 17일 보도했다.
중국은 주택 가격 억제 차원에서 각종 규제를 두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수도 베이징은 규제가 가장 강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베이징 호적을 가진 이들은 별다른 규제 없이 주택을 두 채까지 살 수 있지만 타 지역 호적을 가진 이들은 최소 5년간 베이징 소재 직장의 납세 기록이 있어야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다.
이런 규제는 사실상 외지인의 주택 구매를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왕씨의 정체는 부동산 중개업체의 여직원이었다. 왕씨는 중개업체를 찾아온 고객들과 위장 결혼을 해 줘 이들이 합법적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준 역할을 한 것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최근 왕씨가 속한 업체를 포함, 위장 결혼 서비스를 제공한 두 곳의 부동산 중개업체를 단속했다.
이 두 업체는 위장 결혼을 통해 17명의 외지인 고객이 주택을 살 수 있게 도왔다.
위장 결혼을 해 준 중개업체 직원들은 대가로 3만∼5만 위안(546만∼912만원)의 사례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관련 규제를 피하거나 세금을 적게 내려고 위장 결혼을 하거나 멀쩡한 부부가 가짜로 이혼하는 현상이 이미 보편화한 지 오래다.
올해 초 중국 정부가 주택 양도세를 도입하되 개인이 취득한 첫 주택에 한해 면세를 해 주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전역의 법원에는 이혼을 신청하려는 부부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주택을 한 채 가진 부부가 이혼하고 나서 두 번째 주택을 사고 재결합하면 두 주택에 모두 면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셈법에서였다.
'(정부의) 정책이 있으면 (국민에게는) 대책이 있다'는 중국인들의 통설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례들이다.
부부가 서류상으로 갈라지거나 낯선 사람과 가짜 결혼까지 하는 편법까지 동원해가며 중국인들이 주택 구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국에서 '부동산 불패'의 믿음이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택 가격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각종 억제 정책 속에서도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주요 주거 지역에 있는 일반 아파트의 1㎡ 가격은 3∼5만 위안에 달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의 평균 아파트값을 넘어선지 오래다.
특히 인기 초등학교 인근의 '8학군' 아파트의 가격은 최근 1㎡에 10만 위안(1820만원)까지 치솟았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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