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10시 국세청은 롯데그룹의 주력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롯데슈퍼) 본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롯데쇼핑은 연매출 20조가 넘는 거대기업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체 지분의 13.46%,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13.45%를 사이좋게(?) 나눠 가지고 있다.
조사 담당 부서는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으로 투입된 인원은 150명에 달한다. 조사4국은 대기업을 상대로 정기적인 조사를 하는 1국과 달리 탈세혐의가 있는 곳만을 골라 불시에 조사를 벌이는 조직이다.
롯데측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롯데 관계자는 "4국도 정기조사를 벌이는 만큼 2009년 이후 4년 만에 벌이는 정기조사"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듯 했다. 물론 조사 4국도 정기조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기조사라면 국세청이 미리 해당 기업에 공문을 보내 사전고지를 하는 만큼 이번처럼 예고없이 들어온 조사는 특별세무조사가 확실하다는 것이 국세청 주변의 시각이다.
국세청은 지난 2월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호텔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런 국세청이 롯데호텔 세무조사가 끝난 지 한 달 만에 그룹의 ‘몸통’격인 롯데쇼핑으로 치고 들어온 것을 보면 호텔 세무조사에서 탈세와 관련된 단서가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결국 국세청의 조사는 롯데그룹의 사업핵심을 관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슈퍼, 시네마 등은 그 동안 이번 정권의 화두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논란거리로 거론되어 왔다. 입점 가맹점에 대한 백화점의 횡포, 기업형 슈퍼마켓의 독점 문제, 시네마를 소유한 오너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국세청의 조사도 쇼핑 계열사 끼리의 내부거래에 따른 탈세, 외자(外資) 회사의 역외탈세, 일감몰아주기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가 검찰의 CJ수사와 시기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며 몸집을 불려 온 롯데그룹이 사정기관의 타깃이 되었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업계에 자자했기 때문이다. 군에서 반대한 '제2롯데월드' 가 특혜 논란 속에 지난 정권에서 건축 허가가 났고, 지난해 3월엔 숙원사업이던 맥주 제조업허가도 받았다. 롯데 입장에선 오비이락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의심의 시선은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금 회장이 구속 된 CJ 그룹도 ‘사정설’의 유력한 대상이었던 만큼 소문은 소문 자체가 아닌 현실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국세청은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기간을 조사 기간 중 가장 긴 120일로 통보했다. 롯데에게 올 겨울은 유달리 추운 겨울이 될 지 따뜻한 연말연시가 될 지 모를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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