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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프랑스인, 바게트에 개구리를 먹는 사람들?"

세계 속에 비친 프랑스인의 '전형'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월드리포트] "프랑스인, 바게트에 개구리를 먹는 사람들?"
프랑스 사람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예술을 사랑하고 바게트를 먹고, 그렇지만 거만하고 불친절하고” 대개 이런 느낌을 갖고 있을 겁니다. 이런 걸 흔히 ‘전형’(스테레오타이프: stereotype)이라고 하는데, 프랑스인의 전형이 사실인지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1 바게트, 와인, 베레모

프랑스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징성이 떨어집니다. 베레모는 시골 농부, 예술가, 지식인이 실제 자주 쓰고 다녔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감독들도 많이 썼다고 합니다. 최근 파리를 다녀간 분들은 아시겠지만 베레모를 쓴 파리지앙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베레모는 퇴출됐고 그 자리를 야구 모자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바게트와 와인도 과거 명성에는 못 미칩니다. 둘 다 소비량이 줄고 있습니다. 바게트는 1970년 성인 한 명이 하루 한 개를 먹었는데 지금은 그 절반인 반 개만 먹고 있습니다. 우리 쌀 소비량이 줄듯이 프랑스도 바게트가 주식이긴 하지만, 빵 대신 간단한 파스타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1인당 와인 소비량이 1965년 160리터에서 2010년 57리터로 줄었습니다. 거의 1/3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나이 60이 넘은 프랑스인들은 어려서부터 식사 때마다 식탁에 놓인 와인을 보며, 와인을 당연한 ‘식사문화’나 '유산'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 세대는 와인을 하나의 ‘상품’으로 여긴다는 겁니다. 그래서 20대 중반이 돼서야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나마 와인을 마실만한 이유가 있다 싶을 때 와인을 산다는 겁니다.

2. 개구리를 먹는 사람들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다고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영국이나 독일사람들로부터 ‘개구리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조롱을 받습니다. 주로 뒷다리를 튀겨 먹는데 조림이나 스튜, 양념구이로도 먹습니다. 달팽이도 먹지요. 브르고뉴 지방이 유명합니다. 맛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프랑스인들은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도 중국, 인도네시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사람들도 먹기 때문에 자기만의 풍속은 아니니 우리만 조롱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합니다.

3. 프랑스 사람은 냄새가 나쁘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파리의 지하철을 타면 묘한 냄새가 납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20%는 하루 걸러 샤워를 한다고 하네요. 3.5%는 일 주일에 한 번 샤워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이 향기가 아닌 냄새를 풍기는 거겠죠. 이 조사와는 상관이 없겠지만, 프랑스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에서 머리에 ‘이’가 돌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장을 보내기도 합니다. 프랑스 남부에 ‘그라스’라는 세계적인 향수 도시를 갖고 있는 프랑스의 또다른 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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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랑스인들은 거만하다

우리가 접해본 프랑스는 사실 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세계 관광객 대부분이 파리만 보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럼 파리 사람들은 거만한가요? 대체로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 사람들이 거만하다고 볼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시골 사람들이 순박한 건 사실이니까요. 실제 프랑스 사람들도 파리지앙들을 깍쟁이에 콧대 높은 사람들로 바라봅니다. 파리지앙들은 외국인 뿐 아니라 자기끼리도 까칠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파리만 벗어나면 상당히 친절하고 다정한 프랑스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랑스를 균형 있게 살펴보고 싶다면 파리를 벗어나 볼 걸 강력히 권합니다.

5. 프랑스인들은 게으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프랑스인의 주당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짧습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우리를 포함해 노동량이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는 게으른 사람들로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시간당 생산성은 최고입니다. 2011년 기준으로 프랑스 노동자들의 시간당 생산성은 45.40 유로로 유럽에서 1위라고 합니다. 유럽 평균이 31.90유로, 유로존은 37유로, 부지런하다고 소문난 독일도 42.30 유로라고 하니, 프랑스인이 게으르다는 건 프랑스 사람에게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는데요.

6. 프랑스인은 키가 작고 날씬하다

통계를 보니 잘못됐네요. 지난 100년 동안 프랑스 남자는 11cm, 여자는 8cm가 더 컸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랑스 남자 평균키는 176cm여서, 키가 크다는 인상이 강한 이웃나라 독일의 175cm보다 크고 한국보다는 크네요. 180cm인 미국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키가 작다는 건 어쩌면 나폴레옹이 만들어 놓은 과거의 이미지 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날씬하다는 것도 과장입니다. 프랑스 성인의 15%가 비만입니다. 32%로 비만이 심각한 미국 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뼈와 피부만 있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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