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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두 번째 목숨 건 탈북 '탈북자 광호 씨 이야기'

[취재파일] 두 번째 목숨 건 탈북 '탈북자 광호 씨 이야기'
# 탈북자 다시 북한에 가다

지난 1월 24일 북한 조선중앙TV는 한 평범한 부부의 기자회견을 방송했습니다. 10개월 된 딸을 둔 젊은 부부였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기가 막힌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남한에서 살았던 탈북자였습니다.

2009년에 탈북했다가 다시 북한에 간 광호씨는 “괴뢰패당의 모략책동으로 남조선에 끌려갔다가 공화국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광호씨는 남한 사회는 사기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그런 사회라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남조선 사람의 꾐에 넘어갔다면서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 광호씨는 김용화라는 사람이 중국에서 자신을 남조선으로 끌고 간 뒤에 나중에는 탈북 비용을 달라면서 심하게 못살게 굴었다고 북한 기자들에게 증언했습니다.  

부인도 거들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남조선 사람의 마수에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자신은 남조선은 갈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이미 남편이 깊이 빠져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광호씨 다시 북한을 탈출하다

그런데, 그런 광호씨가 다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습니다. 이번에는 부인의 동생 2명도 함께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납치했고 못살게 굴었다는 김용화씨에게 SOS 전화를 했습니다. 다시 남한으로 가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그렇게 다시 북한을 탈출한 광호씨는 남한으로 가기위해 중국에서 숨어 지내던 중에 중국 공안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돼 버렸습니다.

북한이 싫어서 남한에 왔다가, 다시 남한이 싫어서 북한에 갔다는 그는 왜 다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을까요? 자신을 납치했다고 하던 김용화씨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한 광호씨, 과연 그 두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북주민+어선/31명


# 인연 - 김용화씨의 증언

기자는 2009년 당시 그의 탈북을 도왔고, 광호씨 말대로 못살게 굴었던, 그리고 다시 이번에 탈북을 도와주고 있었던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 김용화씨를 만났습니다.  광호씨가 납치했다고 주장하던 김용화씨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남한으로 오게끔 도와주고 있는 북한 인권단체 회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무상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브로커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탈북을 도와줄 이른바 ‘도우미’를 쓰게 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 김용화씨와 광호씨의 첫 만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9년 여름에 중국에 갔다가 김광호, 그리고 그때는 약혼녀였던 부인 등 10여명을 만난 게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광호씨 건강 상태가 그때는 정말 안 좋았고 약혼녀도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있었습니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광호씨 부부는 탈북자들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많이 보내 본 경험이 있는 김용화 회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남한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광호씨 부부는 전남 목포에 터를 잡고 낯선 남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광호씨 부부는 아이도 낳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탄했습니다.

# 악연 - 김용화씨 증언

하지만 돈이 문제였습니다. 김용화씨는 애초 중국에서 남한으로 올 때 탈북 비용으로 1인당 25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광호씨는 그 돈을 다 주지 않았습니다. 100여만원 정도를 안 준 겁니다.

여러 차례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했던 김용화씨는 광호씨가 돈을 갚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각서대로 400만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아마 둘 사이에는 각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부분은 광호씨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광호씨는 북한 조선중앙TV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광호씨는 계약금대로 돈을 주지 못했더니 김용화씨가 소송을 제기했고 남한 재판에서 져서 나중에는 집까지 떼이게 되는 기막힌 처지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화씨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을텐데, 광호씨가 북한에 있는 장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다고 김용화씨에게 부탁을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김용화씨는 그 전에 돈을 갚아줘야 중국에 있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 광호씨 장모님 구하러 중국으로 가다

김용화씨 말에 따르면 광호씨는 결국 장모님 탈북 비용을 아끼기 위해 본인이 직접 중국으로 갔다고 추측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광호씨는 작년 11월 20일 부인과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갔고, 다시 북한에 돌아온 탈북자로서 남한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 처남과 처제를 데리고 탈북을 했습니다. 장모님은 북한에 남긴 채 말입니다.

# 인연? 악연? - 김용화씨 증언

자, 인연에서 악연으로 변한 광호씨와 용화씨의 질긴 인연이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지만 그 인연은 광호씨의 2차 탈북으로 다시 이어집니다.

처남 처제를 데리고 중국에 들어온 광호씨는 김용화씨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김용화씨는 광호씨 부부와 처남 처제를 한국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중국내 사람들을 활용해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은밀히 진행하던 그 일이 갑자기 일요일인(14일) 어제 오후에 뒤틀려 버립니다. 

어제 오후까지 광호씨와 용화씨는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1시간 뒤 용화씨는 광호씨 부부가 중국 공안에게 잡혔다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탈북, 재탈북의 과정을 거친 광호씨 부부의 운명이 이제 위태롭게 됐습니다. 중국 공안이 이들 부부를 북한에 보낼 경우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용화씨는 언론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전했습니다. 정부 당국에 이들의 안전을 위해 중국 당국에 손을 써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중국 관련


# 그는 왜 다시 탈북을 선택했나? - 용화씨 증언

기자는 광호씨가 왜 다시 탈북을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광호씨는 없고 대신 통화를 했다는 용화씨에게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을 한 광호씨 부부는 고향에 갔습니다. 하지만 북한 보위부의 감시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남한에서 살던 얘기를 무심결에 했다가 보위부에 끌려가 수감됐다고 합니다. 본래 결핵이 있고 몸이 안 좋았던 광호씨는 장모님이 돈을 쓴 덕분에 병보석으로 풀려나올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장모님은 본인은 됐으니 처남과 처제를 데리고 남한으로 가라고 해서 광호씨는 장모님만 두고 나머지 식구들을 데리고 다시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광호씨 본인으로부터 정말 탈북의 이유가 무엇이었고 어떻게 탈북하게 됐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지금 중국 공안에 잡혀 있습니다. 현 상황으로는 북한으로 추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남한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남한을 떠나고 북한을 다시 탈출하게 된 진짜 ‘마음’ 그 ‘레알 마음’을 광호씨 입으로 서울에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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