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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딸 성폭행범 처벌해달라" 엄마의 승리

-中 노동교화형 피해자에 이례적 배상 판결

[월드리포트] "딸 성폭행범 처벌해달라" 엄마의 승리
"엄마의 승리다"

오늘(7월15일) 중국에서는 후난성 고등법원에서 열린 한 재판 결과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관영 CCTV는 태풍 '솔릭'과 쓰촨성에 몰아닥친 60년만의 폭우 피해를 시시각각 전하는 와중에도 후난성 고급인민법원 앞에 중계차를 대고 판결 결과를 속보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윤영현
재판의 주인공은 딸의 성폭행범을 처벌해달라고 호소하다 오히려 사회혼란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던 엄마 탕후이(唐慧)씨 입니다.

법원은 후난성 융저우시에 사는 탕 씨가 노동교화형으로 자유를 박탈당했다며 융저우시 노동교화위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융저우 노동교화위원회에 8일간 탕 씨의 신체 자유를 침해한데 대해 1천 641위안,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1천 위안 등 모두 2천 641위안(우리 돈 48만원 가량)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서면으로 사과하라는 탕 씨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탕 씨는 지난 1월 융저우 중급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4월 패소하자, 항고한 끝에 결국 승소했습니다.
윤영현
탕 씨는 재판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판결 결과에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울먹였습니다.

엄마 탕 씨의 끔찍한 악몽은 지난 2006년 시작됐습니다.

당시 11살이던 탕 씨의 딸은 동네 이발사에게 성폭행 당한 뒤 안마업소 등으로 팔려가 매춘을 강요당했습니다.  피 눈물을 흘리며 자식을 찾아나선 탕 씨는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3개월만에 딸을 매춘업소에서 구해냅니다. 그리고는 지역 공안국(경찰서)을 찾아가 지역 공안 2명도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며 관련자 전원 처벌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범죄자들을 포함한 관련 형사들이 입건조차 되지 않자, 탕 씨는 6년 동안이나 상급기관을 찾아가 무수한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공안은 가해자들을 구속했습니다.

2012년 6월 5일 후난성 고등법원은 피고인 2명에게 사형, 피고인 4명에게는 무기징역, 피고인 한 명에게는 15년의 유기징역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범죄자 처벌로 끝날 것 처럼 보였던 탕 씨의 악몽은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2012년 8월 2일, 영주시 노동교화소는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해치고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탕 씨에게 1년 6개월의 노동교화형을 결정합니다.  민원 제기도 모자라 탕 씨가 관공서 앞에서 시위를 해 사회 안정을 해쳤다는 겁니다.

노동교화형이란 법원의 정식 재판 없이 비교적 가벼운 범죄 위반자에 대해 당국이 강제노동과 사상교육을 시키는 행정처벌로 악명 높은 중국의 인권침해제도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전역 3백여 곳의 노동교화소에 16만여 명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탕 씨의 노동교화형이 알려지자 중국의 각종 매체와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의식한 영주시 노동교화소는 수감 8일만인 8월 10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윤영현

8일만에 석방된 탕 씨는 당국을 상대로 노동교화형을 받은데 대한 배상과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오늘 승소한 겁니다.

탕 씨 사건은 중국 사회에 '노동교화제'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폐지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3월 우리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도 폐지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폐지 또는 개선하겠다는 구체적인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탕 씨에 대한 국가의 배상액이 고작 48만원 가량으로 터무니없이 적다는 비판과 함께 노동교화형을 이참에 아예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노동교화형 피해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례적' 배상 판결이 제도 '폐지'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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