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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리에 2천만 원 호가…'곰고기' 불법 유통

<앵커>

곰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어서, 우리나라에서도 곰고기를 파는 게 엄격히 금지돼 있습니다. 그런데 곰고기는 물론이고, 내장까지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가격도 한 마리에 2천만 원을 호가합니다.

김종원 기자가 곰고기 밀매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구불구불한 산길, 따라가다 보니 수풀 너머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다가가 보니 녹슨 우리가 보이고, 안엔 곰 수십 마리가 갇혀 있습니다.

곰 농장입니다.

구석 좁은 우리에 따로 갇혀있는 새끼 곰.

발이 철장 사이로 자꾸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무척 괴로워 보입니다.

주인을 찾았습니다.

주인은 마침 지난주에 곰 한 마리를 잡았다며, 꽁꽁 얼린 곰의 간과 쓸개를 꺼내 보입니다.

[곰 농장 주인 : 잡은 지 얼마 안 돼서 이렇게 따로 떼어놓은 거거든요. 이게 간이거든요. 이게 쓸개주머니.]

여기서 뽑아낸 쓸개즙 1cc에 20만 원.

주사기에 담긴 쓸개즙을 소주에 타 줍니다.

잠시 후, 검붉은 빛이 감도는 곰의 생간을 내오는 주인.

쓸개즙을 사면 불법이지만 곰 간도 함께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간 옆에 쓸개가 있어요. 이거(곰 간) 드려볼까?]

그러더니 얇게 썬 곰고기 육회도 내옵니다.

[다른 고기는 썩고 녹아서 냄새나고 이러잖아요. 그런데 그거(곰고기)는 (밖에 내놔도) 그대로 있고, 항균·항암 작용을 하는 거예요. 드셔 보시면 '이게 곰 맛이구나!' 이러지.]

통째로 사면 곰 발바닥도 주겠다면서 거듭 비밀로 하자고 강조합니다.

[소문은 내지 마셔. 지금은 (정부에서) 고기를 팔지 못하게 하니까.]

사육 곰의 쓸개를 파는 것까지는 허용되지만, 이렇게 곰고기를 파는 건 명백한 불법입니다.

또 다른 곰 농장.

우리에 갇혀있는 곰 앞에 이미 도살된 곰의 것으로 보이는 시커먼 털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이곳 역시 곰 한 마리를 사면 쓸개즙과 함께 곰고기도 준다고 말합니다.

[곰 농장 주인 : 암놈 같은 경우는 한 2천만 원, 큰 거는 수놈이 3천만 원 정도 예상을 하셔야 하거든. 고기도 가져가셔야 할 거 아냐. 피도 가져가야 하고, 발도 가져가고. 곰고기는 아무렇게나 해서 드셔도 맛있어.]

농가 수익 창출을 위해 80년대 정부가 곰 사육을 권장한 이후 현재 전국의 사육 곰은 998마리.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CITES 협약에 우리나라가 가입한 이후 약으로 쓰는 쓸개즙 이외에 곰의 고기는 팔 수 없게 되면서 사육 곰은 애물단지가 돼버렸습니다.

[환경청 담당 직원 : 곰고기는 원칙적으로 (판매가) 안되기 때문에. 현장 (단속) 갔을 때 만약에 (농장주가 곰 고기) 없다고 하면 그거는 확인을 못 하는 거거든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곰을 도살한다는 국제적 비난 속에 국회는 지난달 곰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이렇게 될 경우, 곰 사육장에 내 줄 보상금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이정택,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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