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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의 '빨간펜선생님'…동료의원에 'F학점' 매겨

하버드·교사 출신 타카노 의원, `이민법' 반대의원 비판

미 하원의 '빨간펜선생님'…동료의원에 'F학점' 매겨
미국 연방하원에 `빨간펜 선생님'이 등장해 워싱턴 정가에 화제다. 주인공은 마크 타카노(민주·캘리포니아) 의원.

그는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뒤 25년 가까이 고등학교 선생님을 해오다 지난해 연방하원에 입성했다.

정계 입문 당시부터 `하버드 출신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화제를 모았지만 아시아계 최초의 동성애자 연방하원 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그런 그가 선생님 출신답게 진짜 빨간펜을 사용해 동료의원의 의견서에 낙제점인 F학점을 준 일화가 최근 공개돼 워싱턴 정가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문제의 의견서는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이민법 개정 관련 내용이다.

타카노 의원은 이민법 개정 반대를 위한 동료의원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빌 캐시디(공화·루이지애나) 의원이 보낸 의견서를 받자마자 빨간펜을 꺼내 들어 의견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의견서 서두에 큰 글씨로 F학점을 매겼다.

그는 캐시디 의원의 2쪽짜리 의견서 곳곳에 깨알 같은 크기로 "지나친 전제다", "과장됐다", "구체적인 증거를 대라" 등의 비판의견을 빨간 글씨로 주석처럼 달았다. 특히 "절차 대신 정책을 갖고 주장하라"면서 "이번 개정안은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는 1천100만 명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다.

캐시디 의원은 "(이민법 개정을 무산시켜) 이들을 의도적으로 방치하자는 것이냐? 만약 개정안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내 사무실에 오면 설명해주겠다"는 의견까지 적었다.

심지어 이민법 개정안이 무려 1천 쪽에 달할 정도로 지나치게 방대해 어떤 의원도 개정안을 읽지 못했을 것이라는 내용에는 "글자수로는 (1천쪽이 아니라) 286쪽에 불과하다. (무슨 근거로) 아무도 안 읽었다고 하느냐" 등의 지적도 내놓았다.

이어 캐시디 의원의 의견서를 직격해 "근거가 박약한 의견서"라며 "저급한 주장을 거둬들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총평까기 곁들였다.

그러면서 의견서 가장 뒷부분에 역시 빨간펜을 이용해 "연방 하원의원 마크 타카노, 1988∼2012년까지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적었다.

타카노 의원의 `빨간펜'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이민법 개정안 자체에 대해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렸지만 "실제 미국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의 평가·채점"이라며 유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미국 이민법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상원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에 경비 병력 2만 명을 더 배치해 총 4만 명으로 늘리고 철조망을 1천120㎞에 걸쳐 추가로 설치하는 동시에 레이더와 무인정찰기를 증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한 예산도 애초 80억 달러에서 380억 달러로 대폭 증액됐다.

이 개정안이 하원에서도 통과되면 1천100여만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들이 1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민권을 획득할 길이 열린다.

그러나 개정안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또다시 부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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