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찜통 더위에 고드름 '주렁주렁'…얼음골의 비밀

<앵커>

푹푹찌는 남부지방 폭염 속에서도 경남 밀양 얼음골에는 고드름이 열렸습니다.

여러 번 봐도 신기한 자연현상, 얼음골의 원리를 박세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경남 밀양.

산 중턱 돌무더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와 너무 신기해 저기 봐봐 진짜 얼음이 있어.]

바위틈 사이로 하얀 얼음이 보입니다.

군데군데 바위를 덮고 있습니다.

밖에서 숨을 불어넣으니까, 겨울처럼 하얀 입김이 보입니다.

조명을 이용해 더 깊숙한 곳을 들여다봤습니다.

고드름 여러 개가 보입니다.

늦봄에 얼었던 것이 아직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겁니다.

[김영근/얼음골 관리사무소장 : 올해도 아직까지 얼음 상태는 좀 좋은 편입니다. 8월 중순까지는 안 가겠나, 하순까지 가면 천만다행입니다.]

얼음을 보다 고개를 쳐드니까 안경에 잔뜩 김이 서립니다.

이곳의 얼음은 왜 녹지 않는 걸까.

우선 동쪽과 서쪽, 남쪽, 삼면이 산이고 계곡만 북향이어서 여름 일조량이 적습니다.

학자들이 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계곡을 가득 덮고 있는 바위의 크기입니다.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가 많은 만큼 바위 사이의 틈, 공간이 무척 넓다는 게 특징입니다.

공간이 넓으면 냉기를 보관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면, 바위틈에 가라앉은 차가운 공기가 온통 파랗게 나타납니다.

바위틈의 온도는 0도.

이 냉기가 얼음을 물로 녹이는 대신, 곧바로 수증기로 증발시키면서 주변 온도를 계속 낮추는데, 이 과정이 반복된다는 게 가장 최근 연구 결과입니다.

[김도우/얼음골 논문 저자 : (얼음이 기체로) 승화할 때 기온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주변에 유입되는 물을 더 얼려서 얼음의 양을 증가시키는 겁니다.]

겨울의 냉기를 여름까지 잘 빼앗기지 않는 안산암의 특성도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바위틈 곳곳이 에어컨처럼 찬바람을 내뿜습니다.

[차가워.]

여름에 찬바람이 나오는 이른바 '풍혈'은 전국에 25곳.

자연의 오묘한 섭리가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영철·황인석, 영상편집 : 오광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