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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들이 결정한 것은 대운하인가? 4대강인가?

4대강 마스터 플랜의 진실

[취재파일] 그들이 결정한 것은 대운하인가? 4대강인가?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둔 설계였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운하 논쟁에 다시 불이 불었습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이 ‘말만 4대강이지 사실상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했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보도 자료를 내면서 공식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절대로 대운하를 전제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감사원의 감사는 정치 감사, 코드 감사라고 비판하면서 4대강 사업이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게 유감스럽다고 했습니다.

자,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4대강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정말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4대강과 대운하는 전혀 무관한 것일까요?

감사원이 이번에 감사를 하면서 해당 부처였던 국토부의 당시 내무 문건을 입수하면서 보다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포기한 뒤 국토부와 청와대 등 4대강 계획을 수립하던 그들 사이에 어떤 말들이 오가고 어떤 계획들이 어떻게 수립돼 갔는지 그 역사적 사실들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그 출발점은 2008년 6월 19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입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말입니다.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 날 전 언론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을 톱 뉴스로 전달했습니다. 국회와 시민단체는 대통령의 포기 선언에 따라 후속 조치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운하를 추진하던 담당 부처인 국토부는 추진단과 용역팀 그리고 컨소시엄 해체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4대강 운하_500
정부는 이제 대운하 대신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사업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국토부는 그해 12월 2일 국토발전균형위원회가 준비한 새로운 사업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지시 사항을 내렸습니다.

당시 국토부가 대통령 말씀사항을 정리한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지시한 걸로 나옵니다.

“이상 기후에 대비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수심이 5,6미터 되도록 굴착할 것을 반영하여 재작성 제출하라”

**참고로 대운하 계획에서 최소 수심은 낙동강 기준으로 6.1미터였습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국토부는 회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30일 국토부는 다음과 같이 내부 보고를 했습니다.

‘수심 5-6미터 확보방안은 현재로서는 균형위 보고서에 포함이 불합리하므로 4대강 마스터플랜 수립 시 검토하는 방안을 대통령실과 협의 하겠다’

이듬해 2월 5일 국토부는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기획단은 정종환 국토부 장관에서 먼저 사업 계획을 보고합니다.

‘준설 보 설치로 인한 저류용량 증대는 다목적댐과 달리, 보는 연중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가 거의 없어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안 된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 날인 2009년 2월 9일 대통령실로부터 요청을 받습니다. 그 요청을 받은 국토부 관계자는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른 운하 재추진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상당부분 연구가 진행된 대운하 설계 자료도 검토하여 4대강 사업에 필요한 부분은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대운하 재추진이 될 수도 있으므로 대비하라, 4대강 설계팀과 협의하라가 대통령실의 요청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요청했지만 국토부 담당자에게 그것은 지침이었을 겁니다. 결국 기획단은 2월 11일 대운하설계팀과 4대강 마스터 플랜을 어떻게 짤지 협의를 하고, 또 낙동강 구간의 최소 수심 6.1미터 수준의 대운하 안을 어떻게 활용하고 반영할지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토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4대강 마스터 플랜에 관해 첫 보고를 합니다.

2009년 2월 16일 국토부 기획단의 대통령 보고 내용과 대통령 지시사항을 정리한 국토부 문건 내용입니다.

기획단은 최소수심 2.6미터 수준의 준설 보 설치계획과 대운하 안을 비교 검토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기획단 안과 같이 사업을 하더라도 홍수 및 물 부족에 대해 충분히 대처 가능하고, 대운하 안은 과잉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며 둔치 등을 활용한 갑무 설치, 추가 준설 등으로 화물선 운항이 가능 하는 등 기획단 안만으로도 기술적 경제적 어려움 없이 추가 준설(3-4미터) 등으로 운하 추진이 가능하고,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별도사업으로 운하를 추진함이 바람직하므로 기획단 안으로 4대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하였다. 

국토부 기획단은 최초 2.5미터 수준의 4대강 계획을 보고했고 대운하 수준으로 계획하면 과잉투자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단 기획단 안으로 하고, 만약 대운하를 추진하게 되면 그때 가서 별도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입니다.

4대강
그러나 국토부는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해 다음과 같은 보고를 덧붙였습니다.

‘대운하 안과 기획단 안을 비교하면 4대강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동일합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이 첫 보고를 받고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추진”하라. 
“최소 수심은 3,4미터 수준으로 추진”하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는 다시 계획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한 달 여가 지나서 다시 대통령에게 중간보고를 합니다.

2009년 4월 8일.

국토부 기획단은 낙동강 최소 수심 4미터, 준설량 2.1억톤, 예상 사업비 17조 등......그리고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하겠습니다. 그러나 낙동강 구미 상주 구간에 최소 수심 4미터 확보방안에 대해서는 이를 위해 0.9억톤의 준설과 11미터 높이의 보 3개가 추가로 필요한데, 효과가 미흡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견은 대통령실의 ‘요청’에 의해 눌리고 맙니다. 당시 대통령실의 요청에 대한 국토부 관계자의 진술입니다.

“구미 상주 구간에 최소수심 4미터를 확보하도록 준설하라는 지시를 보고자로부터 전달받았다”

한마디 여러소리 말고 그냥 4미터로 하라는 명령이었던 셈입니다. 국토부 기획단의 의견은 이렇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통령실의 요청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4대강 사업은 수정되어 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잠깐 4미터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한반도 대운한 연구회에서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170km의 인공운하가 있는데, 이 운하의 수심이 4미터로 현재 1240-2800톤급의 선박이 운항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낙동강 최소수심은 4미터였습니다. 그런데 2009년 4월 17일 국토부 차관 주재 긴급회에서 계획은 다시 변경됩니다. 당시 그 회의에 대통령실 행정관이 참석했고 바로 그 행정관이 또 다시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물그릇을 4.8억 톤에서 8억 톤으로 늘려야 합니다”

이 요청은 들어주기 위해 국토부 기획단은 뭘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이에 대해 당시 4대강 마스터플랜 용역팀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8억 톤의 수자원을 확보하려면 딱히 다른 구간이 없었기 때문에 낙동간 하구-구미 구간을 최소수심 6미터로 준설할 수 밖에 없었다”

대통령 행정관의 이 요청에 따라 기획단은 낙동강 하구에서 구미 구간 220km 최소수심을 6미터가 되도록 준설, 보 설치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열흘 뒤인 4월 27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비로소 4대강 사업의 최종 마스터 플랜이 확정됩니다.

4대강
결국 처음에 국토부 4대강 기획단은 낙동강 기준으로 2.5미터 수심의 사업을 추진하는 안을 보고했지만 결국에는 6미터 수심의 안이 결정됐습니다. 애초 대운하 계획안의 수심은 6.1미터였습니다. 사실상 대운하 계획안의 수심대로 계획이 잡힌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당시 국토부 문건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4대강 마스터 플랜 결정 과정입니다. 4대강은 대운하인가? 그냥 4대강인가?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 답, 또는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P.S
왜 낙동강 수심만 6미터인가?

낙동강은 애초 대운하 계획에서 이른바 경부운하입니다. 대운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경부 운하였고 이 운하를 한강과 연결하는 것이 그 다음이었습니다. 수심 계획은 6.1미터였습니다. 그래서 이 경부운하 구간은 민자 컨소시엄으로 구성하기로 했고 그렇게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운하를 포기하면서 일이 일그러졌습니다. 당연히 컨소시엄도 해체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모양은 해체되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들 컨소시엄은 그대로 4대강 사업을 진행하고, 담합을 했습니다. 이 부분은 이미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된 사항입니다. 어찌됐던 경부운하 컨소시엄은 애초의 계획대로 사업을 다 추진하게 된 셈입니다. 그 이름이 대운하였건 4대강이었건 그들은 최초에 계획한 공사를 그대로 다 한 셈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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