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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인 "제 시간에 비행기 출발하면 운 좋은 날"

베이징·상하이공항 정시출발률 '꼴찌'

[월드리포트] 중국인 "제 시간에 비행기 출발하면 운 좋은 날"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베이징이 아닌 중국내 다른 도시나 지역으로 출장 갈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다보니 출장은 대개 항공편을 이용해 가기 마련인데, 출장을 갈때마다 놀라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늘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행기 좌석이 꽉 찬다는 겁니다. 인구가 13억 5천만명이나 되다보니 항공기 이용객이 당연히 많겠지만 어느 도시를 가든 (물론 제가 탄 비행기만 그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매번 비행기 좌석이 꽉꽉 차는 걸 보면 중국 사람들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기차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도 늘 만원이기는 합니다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손님 걱정 안해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공 요금이 다소 비싸도 말입니다.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출발 예정시간에 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출발에 앞서 게이트 앞에서 2-30분 기다리는 건 보통이고 2-3시간 지체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간혹 탑승한 뒤 좌석에 앉아서 이륙하기까지 1-2시간 꼼짝없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데 여간 곤욕이 아닙니다. 중국 사람들이 참을성이 많은 건지 아니면 이런 상황에 익숙해서인지 불만을 제기하는 승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점도 놀라운 점입니다.

항공기 정시 출발과 관련해 오늘(11일) 베이징 지역의 유력 신문인 신경보가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중국의 양대 공항인 베이징 서우두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의 정시 출발률이 세계 주요 공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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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항공 통계 제공 사이트 플라이트스탯츠(Flight Stats)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달 세계 35개 주요 공항 가운데 베이징 서우두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의 정시 출발률이 35위와 34위로 나란히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35개 주요 공항의 평균 정시 출발률이 69.26%인 반면 베이징 서우두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은 각각 18.30%, 28.72%에 그쳤습니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의 경우 항공편 10편 가운데 2편도 제 시각에
뜨지 못한 겁니다.

베이징 서우두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의 정시 출발률은 꼴찌에서 세 번째, 네 번째인 터키 이스탄불공항(38.02%)과 프랑스 샤를드골공항(58.74%)보다도 한참 떨어졌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꼴찌'입니다. 반대로 정시 출발률이 높은 공항은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95.04%), 도쿄 나리타공항(86.38%),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83.52%), 독일 뮌헨공항(83.35%), 미국 시애틀공항(82.77%) 등의 순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은  세계 35개 주요 공항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아 보고서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정시 출발률이 85.6%로 양호한 편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항공기 연착은 워낙 '일상사'여서 별로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신경보는 항공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여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족한 시설과 잦은 스모그 등으로 인한 나쁜 기상 등이 복합적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민항기가 다닐 수 있는 공역(空域)이 너무 좁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중국은 전체 공역의 20%가량만 민간에 개방하고 나머지는 군용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좁아진 민간 공역을 수많은 민항기들이 나눠쓰다보니 공중에서 일종의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연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미국은 민간 공역이 80%에 달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하루에 6만여편, 유럽은 5만여편이 항공편이 운항되지만 중국에서는 1만 여편 정도 밖에 운항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민간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는 공역을 넓히는게 개선책 중 하나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비행기가 제 시간에 출발하면 운이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또 으례 연착될 줄 알고 일부 이용객들은 아예 출발 예정 시각 2-30분 전에서야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밟는다고 합니다. 최근 관영 중앙텔레비전(CC TV)에서도 항공기 연착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는데 아무쪼록 개선책이 서둘러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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