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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포트] 사르코지의 귀환?

[월드 리포트] 사르코지의 귀환?
팬들의 열광, 수십 명의 취재진, 그리고 고급 승용차 행렬…이쯤 되면 대형 연예 스타의 등장이나 다름 없습니다. 하지만, 레드카펫의 주인공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입니다. 그는 8일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 비상회의에 참석해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지지자들은 “니콜라, 니콜라”를 외치고 그의 손을 잡아보려 애를 썼습니다. “대통령”이란 구호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대선에서 패배한 장수가 어떻게 1년 남짓 만에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사르코지는 지난 해 5월 프랑수와 올랑드 현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그리고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그를 다시 깨운 건 지난 주 나온 헌법재판소의 발표 때문입니다. 사르코지 소속 정당인 UMP가 지난 대선 당시 법정 선거비용 한도를 초과 사용했기 때문에 선거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결정입니다. 이에 따라 UMP는 이달 말까지 무려 1천 1백만 유로(우리돈 161억원)를 구해야 파산을 면할 수 있는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재정난에 빠지자 UMP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고 이 자리에 사르코지가 등장한 겁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정치 집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만든 위기인데, 사르코지는 집회 참석 전부터 ‘UMP 살리기’ 기금 모금에 동참해 달라고 당원, 지지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본인도 개인이 정당에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7천5백유로(1천1백만원)를 이미 기부했습니다. 지지자들도 지난 주말에 무려 2백만 유로(23억원)를 모았습니다. 사르코지의 영향력이 살아 있다는 방증입니다.

사르코지가 정치 무대에 다시 나타나게 된 건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올랑드 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입니다. 올랑드는 지난해 9월 이후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뢰도가 27%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55%에 비하면 신뢰도가 반토막 났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경제위기와 청년실업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르코지의 정치적 고향인 UMP의 분열도 원인입니다. UMP는 지난해 새 대표 선출과정에서 극심한 파벌 경쟁이 벌어졌고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지지자들은 올랑드 정권의 무능 때문에 제1야당이자 중도우파를 대표하는 UMP가 다가오는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졌는데, 당의 분열과 무능 때문에 눈 앞에서 정권을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있는 사르코지가 돌아와 위기를 수습해 주기를 기대한 측면이 있습니다.

사르코지 개인적 인기도 영향을 줬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TNS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입니다. “다가올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정치인이 누구인가?”를 물었는데 사르코지는 발스 내무장관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1년 이상 침묵을 지켰는데도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사르코지가 정치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프랑스 정가가 난리가 났습니다. 사르코지는 이날 UMP 비상회의에서 “이번 행사 참여는 정계 복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말할 때가 온다면 그건 프랑스 국민에게 말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38만 팔로워가 있는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는 뉘앙스가 조금 달라집니다. “나는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 바람도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날이 오면 내가 여러분에게 알리겠다”라고 합니다. 복귀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겨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프랑스 진보진영에서는 사르코지가 당의 위기를 이용해 ‘구세주’인척 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정계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르코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측근들은 그의 정계 복귀를 부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니콜라의 친구’라는 단체는 “사르코지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의 출마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보수진영도 그의 정계 복귀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 여당인 사회당은 ‘전직 대통령’이란 복잡한 상황과 적수를 만나게 될 것 같다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거침없는 복귀보다는 급격한 침묵 모드를 다시 선택해 힘을 축적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정계 복귀는 사르코지 본인과 그의 복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부인 부르니가 상의해 최종 결정하겠지만, 사르코지는 이제 프랑스 정계에서 상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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