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자파환경연구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휴대전화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겁니다. 공사장 벌판에서는 사람이 혼자 서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휴대전화의 금속성 때문도 아니고, 그것의 전자파 때문도 아니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휴대전화 전자파 자체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낙뢰를 유도할 정도는 아니라고 연구원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특히 그 옛날 휴대전화는 안테나를 뽑아서 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작은 안테나마저 전화기 속으로 쏙 들어갔으니,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는 휴대전화의 영향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자파의 세기가 약하긴 하지만, 허허벌판이라면 전기를 끌어들일 만한 게 아무 것도 없고, 번개는 결국 휴대전화 전자파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휴대전화를 써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운동장에서는 휴대전화 없이 그냥 서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 아닌가요? 전자통신연구원의 설명을 반론 삼아 물어봤더니, 낙뢰가 내려칠 때는 도체를 쫓아오게 되는데 인체의 영향은 0%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전자통신연구원의 설명처럼 역시 실증이 아닌 이론적인 얘기입니다.
연구원은 자체 실험실에서 인공 번개를 만들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장비 밑에 마네킹을 2개 세워 놓고, 한 쪽에는 휴대전화를 ‘통화’ 상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낙뢰를 만들었는데, 어떤 때는 통화 중인 마네킹으로, 또 어떤 때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은 마네킹으로 벼락이 쳤습니다.
마네킹의 키는 같았습니다. 이랬다 저랬다, 낙뢰는 개성 없이, 경향성 없이, 일관되지 않은 방향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정밀히 설계한 실험이 아니긴 하지만, 휴대전화-번개 논란이 벌어진 지금, 귀에 쏙 들어오는 정보입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낙뢰안전 가이드북’에 나온 몇 가지를 더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요즘 같은 날씨에는, 어쩌면 생사를 판가름할 정보가 될 지도 모르니까요. 우선 낙뢰를 맞는 예상치 못한 경우들입니다. 번개가 칠 때 나무 밑이나, 건물 옆으로 피하면 안 됩니다. 낙뢰 사고의 50% 이상이 이런 경우입니다. 이 정도는 저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나무 몸통에서 수 미터 이내에 서 있을 경우 머리나 어깨를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멀리 총총총 도망가세요. 가로등? 당연히 안 됩니다. 그걸 잡을 생각일랑 하면 안 됩니다. 번개가 맨땅에 칠 경우에는, 대지를 통해 전기가 흘러, 주변을 걷던 사람도 감전될 수 있다고 하는데, 결국 탁 트인 공간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행동 요령도 많습니다. 건물이나 차 안이 안전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죠. 단, 건물 안에서도 천장이나 벽으로부터 1m 이상 떨어져야 합니다. 저도 이 얘기는 몰랐습니다. 또 개방된 곳에서는 몸을 웅크리라고 합니다. 애벌레처럼 몸을 동글게 만드세요. 벼락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산은 높고, 나무가 많아서 안 가는 게 상책인데, 어쩔 수 없이 갔다면, 숲의 안쪽 중앙이 더 안전하고, 절벽에서 툭 튀어나온 바위 아래나 암벽 아래가 그나마 안전합니다. 산에 갔다가 천둥소리 들리면 그냥 내려가세요. 낙뢰는 바다에 떠 있는 배도 좋아하니까, 수상 스포츠는 금물입니다. 특히 골프장, 자제해야 합니다. 탁 트인 그린은 날 좋을 때만 감상하세요. 번개 치는 날, 운동장에서 기다란 금속 휘두르는 건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또 한 가지. 작은 금속류는 착용해도 무관합니다. 안경, 시계, 목걸이, 팔찌 같은 것 말입니다. 금속 목걸이 했다고 해서 낙뢰가 목걸이로 달려들지는 않습니다. 전기연구원에서 마네킹에다 장신구 걸쳐놓고 실험했을 때도, 낙뢰는 이쪽, 저쪽 일관성 없이 떨어졌습니다. 야구 방망이냐 골프채냐, 재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높은 곳일수록 번개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통화를 걱정하기에 앞서, 탁 트인 공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몸이 주변보다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골프채의 경우에는 그 자체가 금속인 데다, 그걸 높이 휘두르니까 더 위험천만이겠지요. 비옷 입으면 좀 괜찮을까요? 낙뢰 피하는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낙뢰의 전압은 1억 볼트, 집에서 쓰는 전기의 50만 배에 달합니다. 번개의 섬광이 지나가는 곳의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4배나 뜨거운 2만7천 도입니다. 이 무시무시한 녀석을 만나고 싶지 않고, 어디 경로라도 예상되면 피해서 다니겠지만, 번개의 노선도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다만 번개가 어디로 떨어지는지 확률은 계산돼 있고, 그 확률을 무기 삼아 이리저리 피해다닐 뿐입니다.
최근 알려진 낙뢰 사고들은 대부분 산에서, 또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평지에서 벌어졌습니다. 건물 안에서도 이론적으로야 감전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건물 안에서 사상자가 생겼다는 보도는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피해 확률이 낮다는 뜻이니까, 어디선가 우르르쾅쾅 천둥 소리가 치면, 오늘 뭔가 느낌이 불길하면, 주변의 건물을 탐색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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