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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사고 NTSB가 규명할 쟁점들

'저속 접근' 규명에 초점 맞출 듯…조종사 경험·의사소통 등 조사

아시아나기 사고 NTSB가 규명할 쟁점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지난 6일(현지시각) 발생한 아시아나 214편 사고의 조사를 담당한 기관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다.

사고 직후부터 조종사의 해당 기종 조종 경험, 기체·엔진 상태, 관제탑과의 교신 등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항목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나왔으나, NTSB는 예단을 가지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살펴본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기관은 조종사 4명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이는 한편, 약 1천400종의 비행 관련 수치를 담은 비행데이터기록기(FDR), 조종석 음성 녹음(CVR) 기록,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사고기 잔해를 분석하는 등 물증 조사도 병행키로 했다.

지금까지 NTSB가 밝힌 조사 내용으로 볼 때 사고 항공기가 저속으로 활주로에 접근한 이유를 규명하는 데 일단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조종사 경험 문제 사고기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은 비행시간 9천 시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보잉 B777 기종을 운항한 경험은 43시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미국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강국 기장은 에어버스 A320를 장기간 조종했으나 B777을 몬 것은 이번이 9번째였다.

사고 당시 이강국 기장은 기종전환에 따라 일종의 훈련비행인 '관숙비행'을 하던 중이었으며, B777 운항 경험이 많은 이정민 부기장이 관숙비행의 교관 역할을 맡고 있었다.

활주로가 짧아 착륙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이강국 기장이 직접 조종간을 잡고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조종사들이 어떻게 사고기를 조종했고, 어떻게 훈련받았고 어떤 비행 경험을 지녔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조종사가 기종을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며 전 세계 곳곳을 다니는 여객기 조종사가 처음 가보는 공항에 처음 착륙하는 일은 다반사"라며 성급한 해석을 경계했다.

◇ 활주로 접근 각도·속도 문제 지면과 충돌할 당시 사고기의 속도는 106 노트(시속 196km)로, 보잉777 기종의 착륙 때 권장 속도인 137 노트(254km)보다 훨씬 느렸다.

사고기는 충돌 34초 전까지만 해도 권장 속도와 거의 차이가 없는 134 노트( 248km)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었으나, 그 후 속도가 지나치게 빨리 감소한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똑같은 공항에 거의 같은 시간에 착륙한 동일 기종 항공기의 궤적과 비교해 보면 사고기가 높은 고도에서 가파른 각도로 활주로에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승객 수, 짐의 양, 남은 연료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NTSB는 공항 접근 시 사고 항공기의 속도가 느렸다는 사실은 지적했으나, 이것이 조종사의 탓이었는지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 등에 관해서는 공식 발표나 추정을 내놓지 않았다.

◇ 엔진·기체 문제 엔진이나 기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NTSB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NTSB 발표에 따르면 사고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때 연료와 공기의 혼합 비율을 바꿔 엔진의 추력을 조절하는 스로틀이 한동안 공전(아이들·idle) 상태였다가 충돌 7∼8초 전 조종사가 이를 전방으로 움직여 추력 증가를 시도한 흔적이 있다.

다만 엔진 추력이 실제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충돌 3초 전부터였다.

이에 대해 사고기 기장은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추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국 사고조사반에 진술했으나, NTSB는 엔진이 정상적으로 반응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NTSB의 견해는 엔진 반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NTSB는 사고기의 잔해에 대한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특히, 공항에 있는 동체 잔해뿐만 아니라 충돌 당시 방파제에 걸려 잘려나간 후 근처 바다에 빠진 꼬리 부분도 인양해 정밀하게 조사키로 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8일 브리핑에서 "항공기 사고는 한가지 문제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 언어 문제 NTSB는 CVR 기록을 통해 조종사들이 비행 도중 한국어를 사용할 때도 있었고 영어를 쓸 때도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항공 분야에서는 누구나 세계 어느 나라 항공관제소와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에 능숙해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거나 잘못된 정보가 전달됐을 가능성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NTSB가 지금 단계에서 언어나 의사소통 문제가 사고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조사결과 발표 시기 NTSB가 언제쯤 사고 경위·원인 규명을 마무리하고 공식적 조사결과를 발표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하순 발생한 항공사고 3건의 경우 NTSB는 이달 4일에 예비보고서를 내놓았다.

약 2주일만에 조사의 잠정 결론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대형 여객기였고 사망자 2명과 중상자 수십명이 나오는 등 피해가 컸으며 조사할 사항도 많아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적으로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데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고의 경우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데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흔하고, 심지어 10년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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