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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언제나 열심' 배우 유준상은 지치지 않는다

[인터뷰] '언제나 열심' 배우 유준상은 지치지 않는다
배우 유준상은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 캐릭터로 인해 ‘국민 남편’이란 애칭을 얻었다.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유준상은 CF도 많이 찍었고 연말에는 연기대상에서 상도 수상했다. 유준상에게 2012년은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였다.

하지만 너무 큰 화려함이었기에, 이를 떨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드라마에서도 CF에서도 유준상은 ‘국민 남편’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차기작에서 그가 선보일 캐릭터가 온전히 그 캐릭터로 여겨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가 뭘 하던 ‘착한 남편 방귀남’으로 보일 것 같았다.

유준상은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SBS ‘출생의 비밀’에서 홍경두 역을 맡아 열연한 유준상은 ‘국민 남편’이 아닌 ‘국민 아빠’로 거듭났다. 기존의 젠틀한 이미지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 사투리와 욕설이 자연스러운 홍경두로 다시 태어났다. 물론 순수하고 착한 남편의 이미지는 여전히 안고 갔지만, 느낌은 전작과 완전히 달랐다.

▲ “바보같은 홍경두? 언젠가 이해받을 줄 알았다”

극중 홍경두는 가난하고 무식한 시골 청년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정이현(성유리 분)과 딸 홍해듬(갈소원 분)을 위해선 뭐든 하는 순수한 남자였다. 다소 다혈질적이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작정 밀어붙이는 성격 탓에 괴팍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의 순수한 사랑만은 진정성 있게 그려졌다. 

“홍경두, 정말 매력있는 캐릭터였죠. 이렇게 상대 여배우한테 욕하고 막 대하는 남자 캐릭터는 지금껏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 하면서 오랜만에 욕 먹었어요. 바보냐, 스토커냐는 소리도 들었고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어느 순간, 이런 홍경두가 이해받을 날이 올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가님을 믿고, 홍경두를 믿고 끝까지 밀고나갔죠. 결과는 대만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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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은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며 수치적인 면에선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는 드라마의 따뜻함을 높이 치켜세웠다. 물론 그 중심에는 순수한 홍경두가 있었다. 그래서 유준상은 이 드라마와 캐릭터에 애착이 컸다.

“이번 드라마는 너무 따뜻했어요. 홍경두라는 따뜻한 인물을 통해 저도 시청자도 같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이 너무 현대화로 진전되면서 요즘엔 그런 따뜻함을 느끼기 어렵잖아요. 제가 나이 마흔이 넘었으니 어떻게 보면 ‘옛날 사람’인데, 오히려 전 홍경두가 바보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근데 사람들은 경두를 바보로 보더라고요. 옛날에는 이해가 됐을 경두의 행동들이 요즘 사회에선 ‘바보짓’으로 보이는 거죠. 그래도 작가님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경두 캐릭터를 써주셨고, 다행히 기다린 만큼 나중에는 경두의 마음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된 거 같아서 좋아요.”

▲ “성유리-갈소원은 촬영장 힐링녀”

아무리 ‘출생의 비밀’이 호평 받았다지만, 바로 전작이 시청률 40%였던 유준상에게는 체감하는 시청률 격차가 더욱 컸을 터. 짧은 기간에 느낀 시청률 낙폭은 배우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준상은 연기경력이 긴 만큼 시청률에 대해선 의연했다.

“처음이라면 상심이 컸을 수도 있지만, 경험치들이 있어서 이젠 아무렇지 않아요. 이미 시청률 40%도 겪어봤고 5%도 겪어봤거든요. 이 작품은 대본이 너무 좋아서 출연하겠다고 한 거라 저와 시청자에게 ‘좋은 드라마’로 남는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지금 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래요. ‘출생의 비밀’이 시청률은 낮았지만, 좋은 드라마였기 때문에 이렇게 언론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전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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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은 ‘출생의 비밀’에서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성유리와 갈소원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두 여자가 촬영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힐링’이 될 정도였단다. ‘출생의 비밀’ 속 경두처럼, 유준상은 두 여자에게 푹 빠져있었다.

“(갈)소원이는 정말 예쁘기도 했지만,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한 아이였어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못 외워올 거라 생각했던 긴 대사를 다 외워와서 한 번에 촬영을 끝내요. 기가 막힌거죠. 컷 사인이 떨어지면 제가 ‘우리 애(아)기, 어떻게 그걸 다 외웠어’라며 안고 다녔어요. 진짜 너무 예뻐서 안고 다닐 수 밖에 없었어요. (성)유리도 굉장히 좋은 기운이 있어요. 힘든 내색 한 번 안하고 자기건 묵묵히 잘 해내요. 여배우가 그러기 쉽지 않은데 자기가 딴 사람 스케줄에 다 맞춰주고, 연기를 정말 진심으로 하는 게 느껴져요. 유리와 소원이는 촬영장의 ‘힐링녀’였어요. 둘만 있으면 촬영 때문에 밤을 새도 전혀 힘들지가 않았거든요.”

▲ “유준상 아직 죽지 않았다”

유준상은 ‘출생의 비밀’을 하며 뮤지컬 ‘그날들’ 출연을 병행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영화 ‘전설의 주먹’ 개봉과 맞물려 홍보 프로모션도 했고, 뮤지컬 ‘레베카’의 지방공연도 진행했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 중 하나만 해도 벅찰 일을 ‘40대 중반’ 유준상은 한꺼번에 모두 소화해냈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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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죽지않았구나’ 싶었죠. 화요일부터 모텔생활을 하며 토요일 새벽까지 드라마 밤샘촬영을 하고, 서너시간 자고 토요일 점심때 극장에 가서 주말 오후 3시, 7시 뮤지컬 공연을 했어요. 그리고 월요일 하루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화요일부터 반복이죠. 정신력으로 버텼어요. 작품이 좋고, 드라마 촬영장이 재미있고, 관객을 만나야한다는 절실함. 여기에 ‘난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하다보니 ‘안되는 건 없구나’ 싶더라고요.”

뮤지컬 하나만 포기했어도 유준상은 좀 더 편하게 드라마 촬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준상은 늘 그래왔다. 드라마를 하던 영화를 하던 뮤지컬은 안고 갔다. 왜 유준상은 그토록 뮤지컬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뮤지컬만의 매력이 뭐길래.

“대학 때부터 뮤지컬을 했어요. 그 땐 뮤지컬이 불모지였던지라 교수님들이 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죠. 그렇게 시작한 뮤지컬이 지금은 정말 많이 커져서 ‘내가 뮤지컬하길 잘했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뮤지컬의 매력요? 굉장하죠. 뮤지컬에선 드라마나 영화에서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관객들과 만나는 커튼콜이 정말 좋아요. 5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인데 모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을만큼 짜릿해요. 또 드라마는 끝나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뮤지컬은 달라요. 뮤지컬 티켓이 비싼 만큼 관객은 티켓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면서 그 공연을 기억하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제 공연이 계속 남아있는 것만큼 멋진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뮤지컬은 계속 하고 싶어요. 꾸준히 노래수업을 받으며 뮤지컬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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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이 연기자로 데뷔한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흘렀다. 오랜 기간동안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를 해온 만큼, 유준상은 ‘배우’로서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나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유준상은 “아직 멀었다”라고 대답했다.

“제 연기를 보고 ‘홍경두 연기가 그게 뭐냐’, ‘노래 부를 때 박자가 왜 안 맞냐’라며 지적하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보곤 해요. 그런 글들을 보면 저도 멘붕이 오죠.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단 것을 잘 알기에, 그럴수록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요. 그리고 ‘내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구나’라고 생각하죠. 배우로서 갈 길은 아직 먼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일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사진제공=나무엑터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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