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 의한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무르시 전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던 무슬림 형제단 등 이슬람 진영의 반발은 예상된 것이었지만, 그래도 내전으로 치닫기 까지야 하겠느냐는 게 전문가와 지역 외교관들의 일반적인 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8일 새벽 벌어진 최악의 유혈참사는 설마했던 내전의 그림자가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이집트를 위협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여줬습니다.
최악의 유혈사태...재편된 대립구도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적어도 51명이 숨지고 5백여명이 다친 도심 한복판의 유혈극은 그 자체로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무장한 테러그룹이 군을 공격해 벌어진 참사라는 군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시위 도중 새벽기도를 하던 군중들이 몰살당하면서 이슬람 진영은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선 축출된 무르시의 권력기반이었던 무슬림 형제단은 즉각 군부에 맞서 전국적인 민중봉기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내일(10일)부터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저항의 강도와 열기가 식을 것으로 우려했던 무슬림 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은 이번 유혈참사로 인해 끓어오른 대중적 분노를 어떻게든 이어가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무르시 축출 과정에서 군부 편에 섰던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인 누르당이 군부와 과도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권력이양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유혈사태가 군부에 대한 지지를 접는 결정적 계기가 됐는 데, 누르당이 권력이양 과정에서 빠지면서 기존의 무르시 찬반구도는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 세력의 종파적 구도로 완전히 재편되고 말았습니다. 고립됐던 친 무르시 진영이 천군만마를 얻은 셈입니다.
증폭되는 내전 우려..이집트 어디로(?)
가장 우려했던 종파적 대립구도로의 재편으로 이집트가 내전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는 급속히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해 왔던 이집트 내 정당들이 이런 내전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이집트가 시리아를 닮아가고 있다고 공개적인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실제로 폭력사태 확산과 내전 비화를 우려한 이집트 국민들의 동요도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사회불안이 극대화되면서 어제 오늘 한국 기업체 등에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 상당수가 아예 출근하지 않거나 조기 퇴근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또 은행창구마다 미리 현금을 확보하려는 행렬이 이어지는 등 불안심리가 곳곳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이 주도하는 과도정부는 예상치 못한 유혈사태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진상조사 착수를 지시했지만 당초 내정됐던 엘 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의 총리 기용이 이슬람 진영의 반발로 무산되는 등 기본적인 인선 조차 쉽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혼란과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집트 사태는 점점 꼬여가고 있습니다. 많은 이집트 국민들은 최악의 무능과 권력독점 시도에 무르시에게 등을 돌리고 군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권력을 교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이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저명한 중동 전문가인 영국 인디펜던트 지의 로버트 피스크 대기자는 최근 이집트 사태를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했습니다.
“POLITICIAN IS A ROGUE, BUT GENERAL CAN BE A 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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