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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화평은 어려워…'감시자들'과 '미스터고'를 보니

[취재파일] 영화평은 어려워…'감시자들'과 '미스터고'를 보니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에서 새롭게 영화를 담당하게 된 최호원 기자입니다. 전임 류란 기자에 이어 저도 시청자 분들에게 좋은 리포트를 전해 드리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지난주 처음 영화를 담당하고 나서 가장 놀란 것은 엄청난 수의 전화와 문자, 그리고 이메일이였습니다. 지난해 전체 개봉영화는 681편. 한국영화만 176편입니다. 수입사, 투자배급사, 영화홍보사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이 연락을 해주시더군요. 취재도 아니고, 단순히 정보를 전달 받는 일도 벅찼습니다. 다행히 며칠 지나니 조금씩 익숙해지긴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생소하고 또 예상과 다른 것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화평입니다. 거창하게 영화를 분석하는 수준의 영화평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영화가 재미있냐, 재미없냐,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정도를 적는 영화평을 말합니다. 저는 관객들이 재미있는 영화는 재미있게, 재미없는 건 재미없게 느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요. 생각보다 영화 감상은 관객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크게 달리지더군요.

지난 주 있었던 일을 하나 예로 들어보겠습다. 모 해외직배사 대표와 일부 영화 담당 기자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최근 개봉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죠. 단연 화제는 지난 3일 개봉한 한국 영화 '감시자들'(투자배급사-NEW, 감독-조의석 김병서, 출연-설경구 정우성 한효주)이었습니다. 2006년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죠? (천공의 눈 예고편 클릭) 기자들은 각자의 영화평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영화를 봤는데도 정말 의견이 다양하더군요. 대화는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감시자들 포스터2

A: "최근 한국 영화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살아있고."
B: "그런데, 쫓고 쫓기는 일이 같은 강도로 계속 반복되어서 좀 지루하기도 하더라."
C: "중간 중간 액션도 섞여 있다. 요즘 과도하게 잔인한 액션 장면이 많은데, 이번 영화는 적절하고 좋더라"
D: "그래도, 인물 설명은 좀 부족하다. 중간 중간 스토리의 점프도 있는 것 같고."
E: "너무 진지하게 영화를 보는 것은 무리 아닌가? 웰메이드로 평하기 충분. 배우들의 연기들도 탄탄하고..."
F: "좋은 연기이긴 하지만, 무슨 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G: "서울 시내 익숙한 장소에서 촬영돼 현실감이 있고, 차량 추격신도 시내에서 찍기 어려운데 잘 해내"

이후 대화는 배우 한효주 씨에 대한 칭찬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영화평이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영화평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론 레인저 포스터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최근 개봉한 '론레인저'(수입배급사-소니픽쳐스, 감독-고어 버빈스키, 출연-조니 뎁 어미 하머)입니다. 미국 영화평론사이트 Rotten Tomatoes 비평가 평점 4.7/10점( 클릭), 또 다른 영화평론사이트 Metacritic 평점은 37/100점( 클릭)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10대 관객들의 평가가 매우 높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제 주변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라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영화평이라는 것이 참...간단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화평을 아예 못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영화팬으로서 개인적인 5점 평가 척도를 갖고 있습니다. 각 별점마다 의미가 있는데요. ★완전 시간 낭비, ★★킬링 타임용으로 충분, ★★★잘 감상하고 몇 장면은 기억에, ★★★★주변에 시간 되면 보라고 추천, ★★★★★가족 친구에 꼭 보라고 추천. 일단 감시자들에 대한 저의 평점은 ★★★☆ 입니다.

미스터고 포스터

어제(7/8)는 미스터고(투자배급사-쇼박스, 감독-김용화, 출연-성동일 쉬자오)의 언론시사회가 있었습니다. 개봉일은 오는 17일입니다. 우선 컴퓨터 그래픽은 정말 좋았습니다. 100% 진짜 같으냐? 뭐, 미국 헐리우드도 99% 진짜 같아도 100%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헐리우드 수준을 거의 따라왔다"고 충분히 말할 만 하더군요. 중간중간 웃음도 터져나왔습니다.

원작이 1984년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이죠. 당시 프로야구는 6개 구단 시스템이었습니다. 만화에선 신생 샥스구간이 창단되고 성적이 바닥을 치자 용병으로 고릴라를 들어옵니다. 허 화백이 신생 구단의 등장과 용병 개념을 예언한 셈이죠. 저는 중학생 때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도 만화 '제7구단'은 지나치게 황당한 설정들이 많아서 몰입도가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와 만화의 줄거리는 크게 다릅니다. 그래도, 원작의 일부 황당한 설정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걸 얼마나 판타지스럽게 잘 포장하는가가 성공의 관건인 듯 한데요. 음...제 평점은 높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조심스럽지만 주요 영화들의 간단한 영화평은 써볼까 합니다. 수백 명이 수백 일간 고생한 작품을 손쉽게 폄하해선 안 되겠죠. 하지만, 재미있냐? 재미없냐? 이런 질문에 개인적인 답변은 드리고 싶군요. 앞으로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좋은 영화평을 많이 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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