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누적된 부채와 방만경영을 해결하겠다며 이른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오전에 열린 제7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에서 현오석 부총리는 "공공기관이 과도한 성과급을 주는 등 방만경영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해서 이번엔 뭔가 의미있는 대책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였다. 수십장에 달하는 발표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공기관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효율성과 책임성, 투명성 등 3대 지표를 제고함으로써 대국민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을 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상시 점검하고 시장화 테스트 체계를 구축해서 부채관리 강화는 물론, 협업 활성화를 통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공급자 중심의 '칸막이'체제에서 부처간 협업을 중시하겠다고 한다. 읽기도 힘들지만 미사여구만 갖다 붙여놓은 듯 해서 어지러울 정도다. 중요한 건 '어떻게'가 빠져있다.
기관별로 비슷하거나 중복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과 사업영역은 통폐합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공공기관은 3년후 운영성과를 평가해 퇴출 여부를 정하기로 한 것도 역시 그렇다. 공기업간 업무가 중첩돼 비효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와 무역보험공사 등에 대해 뭔가 한 마디라도 언급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어왔던 공기업 임원선발에 대한 대책도 그렇다. 현행 임원추천위원회-공공기관운영위원회-임명의 3단계 절차에서 공공기관운영위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인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겠다고 한다. 공기업 임원들의 자질문제가 선발과정이 문제가 아니라, 위에서부터 정해져 내려는 것 때문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임원 선임절차를 한 단계 줄였다고 인사가 좀더 투명해진다고 믿는 것은 정말 아니지요 라고 되묻고 싶을 정도다.
올해 기준으로 공공기관은 295개다. 이들 기관이 쓴 총예산은 574조7천억원으로 정부 예산(349조원)의 1.7배에 달한다. 25만4천명을 고용하고 있고, 매출액은 181조원으로 삼성전자(141조원)의 1.3배다. 정말, 공공기관이 없으면 나라가 안돌아갈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493조 4천억원이다 .전년 대비 34조 4천억원 늘었고, 순증 규모는 줄었지만 이미 총액 규모가 너무 커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인은 이미 수차례 보도됐다. 과도한 성과급 등 방만 경영 사례도 한두번 문제가 된 게 아니다. 임차보증금을 직원에게 공짜로 주거나 결원의 인건비를 직원 성과급으로 집행해 적발되기도 하고,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원전 납품 비리로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오늘 정부 발표에 "추상적인 모범답안만 내놓은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기업 개혁, 그 내용을 정부도 모를 리 없을텐데 답답할 뿐이다.
[취재파일] 공기업 개혁 이 정도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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