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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D 프린터, 무엇을 만들어 드릴까요?

[취재파일] 3D 프린터, 무엇을 만들어 드릴까요?
3D 프린터, 묘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흰색 가루 속에서 복제품이 툭 튀어나오는 걸 보면, 저게 뭐지? 와 진짜 신기하다, 첫 느낌입니다. 복제품에 묻어 있는 흰색 가루를 솔로 탁탁 털어내면, 정품과 100% 가깝게 비슷한 복제품이 탄생합니다. 정품과 100% 가깝다고 했지만, 사실 뭐가 정품인지,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선이나 균열도 그대로 복제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3D 프린터에 한해선, 정품과 복제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가 이 경계를 무너뜨리는데 또 일조했습니다. 화성시가 보관하고 있는 공룡 화석 690여 개를 3D 프린터로 모두 복제하겠다는 겁니다. 혁명적 기술이 지자체까지 퍼지는 순간입니다. 최근 예산 5억 원을 들여 프린터와 스캐너, 기타 장비를 구입했습니다. 장비 값이 비싸긴 한데, 이걸 기존 방법으로 복제하면 수십억 원이 들어가고, 차라리 3D 프린터를 쓰는 게 50억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 이게 화성시의 판단입니다. 3D 프린터는 기술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판단인 셈입니다.

3D프린터 화석


화성시는 최근 기자들에게 복제한 공룡 화석을 하나 공개했습니다. 갑옷 공룡의 머리뼈 화석, 2008년에 몽골에서 발굴해왔다고 합니다. 이건 몽골에서 달라고 하면 줘야 하기 때문에, 달라고 할 것에 대비해 프린터 복제를 결정했습니다. 아쉽게도 1:1 크기의 복제물은 아니고, 2분의 1, 또 4분의 1 크기였습니다. 1:1로 복제하는 것도 가능한데, 시간이 오래 걸린답니다. 2분의 1 복제품 만드는 데도 1주일 걸렸다고 합니다. 여유가 없어서인지, 색깔까지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막상 공개한 건 흰색 석고상 같은 복제물입니다. 미술학원 가면 볼 수 있었던 곱슬머리 두상 같습니다.

3D 프린터는 경제적 도입이지만, 그 가치는 경제의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우선 시간이 덜 걸립니다. 기존의 화석 복제 방식은 답답합니다. 화석의 본을 떠야 하고,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재료를 부어넣어 단단하게 굳히는 과정입니다. 금속으로 이렇게 하는 걸 ‘주물’이라고 부릅니다. TV에서 보면 장인이 땀 뻘뻘 흘리면서 솥뚜껑을 이렇게 만들죠. 공룡 화석을 이렇게 하면 하나 만드는데 3달이 걸립니다. 그만큼 고비용입니다. 공룡 크기에 따라 1천만 원을 넘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이런 주물은, 찍고 또 찍고, 대량 생산하면서 개당 제작 단가를 낮추는데는 적절하지만, 공룡 화석처럼 달랑 하나만 복제할 때는 값비싼 방식입니다.

3D프린터 화석


공룡 화석 진본을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본을 뜨려면 화석 표면에 이물질을 바를 수밖에 없는데, 3D 프린터는 화석 표면에 빛을 쏩니다. 스캐너입니다. 이걸로 3차원 데이터를 만들어 프린터에 넘기고 기다리면 복제 끝. 마치 첨성대를 쌓듯, 벽돌을 한 칸씩 올리고 올려서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진본 표면에 뭘 바르고, 흠이 날까 조심스럽게 떼어 내고, 그렇게 마음 졸일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희귀 유물이나, 값진 문화재를 복제할 때는 스캐너만큼 안전한 게 없습니다. 해외 박물관에 갖고 나가서, 스캔만 하고, 국내에 3D 데이터를 갖고 들어와 복제하면? 정교한 복제품을 국내에 영구 소장할 수 있게 됩니다. 문화재 복제 시장이 꿈틀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 3D 프린터는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최근 저희 뉴스에서는 치과 수술에 이걸 쓴다는 걸 전해드린 적이 있고, 그 전에는 권총 복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걸 보도했습니다.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3백만 원 정도 제품도 있지만, 품질이 조악하고, 비싼 건 수억 원에 달해 가격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희귀 문화재의 복제 수요가 많이 있을 만한 박물관. 역시 장비가 비싸서 몇 년째 검토만 하고 직접 도입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어 드릴까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지만, 아직 쉽게 상상하지 못하고,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성시는 공룡 화석 수백 개를 복제하겠다는 계획인데, 사실상 박물관을 통째로 복제해버리겠다는 야심찬 시도의 결과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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