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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국, 도청파문 갈등 속 FTA 협상 시작

정보수집 파문·문화부문 제외, 협상 추진에 장애

EU-미국, 도청파문 갈등 속 FTA 협상 시작
미국의 무차별 정보수집 및 도청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8일 워싱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첫 번째 실무 협상이 열린다.

지난달 17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및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대서양 양안 간 FTA 협상의 공식적인 시작을 선언했다.

EU-미국 FTA 협상은 영화 등 문화산업 제외를 요구하는 프랑스의 반대에 부딪혀 시작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EU 집행위원회가 일단 문화 부문은 제외하고 협상을 시작하는 절충안을 제시함으로써 성사됐다.

첫 협상을 불과 1주일여 앞두고 불거진 도청 스캔들로 협상의 연기나 무산 위기까지 몰렸으나 미국의 스파이 행위 문제를 논의할 안보·정보 전문가 회의와 FTA 실무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일단 협상은 시작할 수 있게 됐다.

FTA 협상이 두 가지 중대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양측이 그만큼 FTA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EU는 평균 3년이 걸리는 FTA 협상을 1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미국과의 협상을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EU-미국 FTA 협상을 조기에 타결한다는 EU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히고 내년 중반까지는 협상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U는 내년 중반으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이전에 미국과 FTA 협상을 마무리 짓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도 내년 중간선거 이전에 EU와 FTA 성사를 희망하고 있어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FTA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 금융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EU는 교역 확대를 통한 성장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EU는 개별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무역 정책을 전환했다. 미국도 경제 성장과 고용 증대를 위해서는 교역 확대가 필요하다. 또 중국 등 신흥경제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면 EU와 협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U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 GDP의 약 47%가 된다. 양측 교역량은 세계 교역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EU는 미국과 FTA가 시행되면 EU 전체 GDP가 0.5% 성장하고 일자리 40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일 뮌헨에 있는 Ifo 경제연구소는 EU-미국 간 FTA로 미국은 장기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3.4% 실질 증가하는 효과가 있으며 EU 27개 회원국 국민의 1인당 소득은 평균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FTA 협상과 병행해 열리는 정보 전문가 회의에서 미국 측이 정보수집 파문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과 재발방지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FTA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 측은 워싱턴 협상 시작에 앞서 미국과 정보협력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내무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4일 미국 측에 보낸 서신에서 미국이 EU의 사생활보호 법규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금융거래 및 항공승객 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상 시작을 위해 일단 문화 분야는 제외됐으나 추후에 문화산업 부문을 추가할 여지를 남겨 놓아 협상 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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