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장가로 자주 불러주던 '섬집아기'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고 한인현 선생이 가사를 썼고 고 이홍렬 선생이 곡을 붙였습니다. 1950년 전쟁의 와중에 만들어진 곡이라 그런지 정조가 무척 애잔합니다. 잘 아시는 곡이겠지만 2절까지의 가사를 옮겨보겠습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
자장가로 이 노래를 부르다보면 가슴이 아리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힐 때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남은 아기. 놀다가, 울다가, 기다리다가 지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듭니다. 엄마는 아이를 남겨두고 일을 나갈 만큼 생활이 곤궁했지만 아기 걱정에 그나마도 일을 다 못하고 허겁지겁 돌아옵니다.
그런 안타까운 모습이 연상되면서 삶의 간난신고와 그 속의 사랑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곡이 만들어진지 63년이 지나고 경제도 비교할 수 없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비슷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엄마와 아기는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중국도 그렇습니다. 아니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영향으로 중국 가정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의 상당수는 부모나 지인들이 있는 고향집에서 천리만리 떨어진 대도시로 옮겨왔습니다. 따라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산아제한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는 형제, 자매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어린 아이가 혼자 집에 남겨집니다.
최근 중국에서 잇따라 어린 아동이 창밖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지난 1일에는 상하이에서 5살짜리 남자 아이, 지난달 20일에는 저장성 닝하이시에서 두살배기 여자 아이였습니다. 폐쇄회로 화면에 사고 장면이 생생하게 촬영돼 중국에서도 크게 보도됐습니다.
두 아이는 무척 운이 좋은 편입니다. 마침 떨어지는 아이를 본 어른들이 몸을 던져 받아줘 목숨을 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하이에서 남자 아이를 받아준 50대 남성은 척추 신경을 크게 다쳐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닝하이시에서 아이의 목숨을 구해준 30대 남성은 왼팔이 부러졌습니다.
이렇게 희생적인 어른들이 없어 비참한 일을 당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지난달 한달 동안 일어난 사건만 모아볼까요? 쓰촨성 청두시에서는 아버지가 1층에서 마작놀이를 하는 사이 혼자 집에 있던 5살 어린이가 3층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상하이시에는 부모 모두 일을 하러 나간 사이 7살과 5살 자매가 함께 떨어져 모두 숨졌습니다. 우한시에서도 3살 어린이가 아파트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습니다. 부지기수입니다.
그러고보니 어린 아이들이 창문밖 난간에 목이나 몸이 걸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 구조를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중국의 전통적인 아파트는 창문 밖에 쪽마루(베란다) 대신 빨래를 널 수 있도록 바닥이 뚫린 난간을 설치해놓은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에 몸이 빠지면서 사고를 당하는 것입니다. 역시 대부분 아이가 집에 혼자 남았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런 사고가 여름에 주로 일어나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슨 까닭이지 했는데 현지 언론들은 이렇게 분석을 했습니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창문을 모두 잠가두는 반면 여름에는 덥다보니 창문을 열어둡니다. 혼자 있던 아동들은 엄마, 아빠가 돌아오는지 보고 싶어서, 또는 창밖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에 마음을 빼앗겨서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밉니다. 그러다 매달리고, 떨어지고 하는 것입니다.
중국 언론도 이런 사고가 워낙 빈발하다보니 정부에 대책 마련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어린 아동을 혼자 집에 남겨두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는 조례로 '미성년자보호법'을 만들어 이런 규정을 포함시켰습니다. 허난성은 7세 이하, 쓰촨성 청두시는 6세 미만을, 광둥성 광저우시는 10세 미만의 어린이를 집에 혼자 둘 경우 일종의 미성년자 방치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동 전문가들은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법률이 있을까요? 알아보니 없더군요. 형법상 존속유기죄나 영아유기죄 등의 법규가 있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어린이를 집에 혼자 두는 경우가 아니라 양육이나 부양의 의무를 완전히 방치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적용됩니다. 미국, 호주 등 서구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해당 법규를 마련한 나라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서 비슷한 일이 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보다는 아동 보육시설이나 체계가 발달돼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혼자 놔두는 대신 어딘가에 맡겨둘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에서 아동을 집에 혼자 두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만든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나아질지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가구를 감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아마도 사고가 발생한 뒤에 부모들을 처벌하는데나 이용될 듯 합니다. 사후약방문이죠. 중국 정부도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육이나 육아 관련 복지 체계를 시급히 만들기 바랍니다. 더 이상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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