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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골키퍼가 고의 자책골을…도대체 무슨 일이?

[취재파일] 골키퍼가 고의 자책골을…도대체 무슨 일이?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스포츠의 세계에서 고의로 자책골을 넣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3일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의 경기중 일어난 일인데요.

상황은 이렇습니다.

후반 32분 성남 수비수가 부상으로 넘어지자 같은 팀의 골키퍼 전상욱이 부상 선수를 보살필 시간을 만들기 위해 갖고 있던 공을 밖으로 힘껏 차내 경기가 잠시 중단됐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상대팀이 부상 선수팀에게 다시 공을 돌려 주는게 관례입니다.

이른바 암묵적인 신사협정인데요.

그런데 전북이 다시 성남에게 볼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중앙선 부근에 있던 전북의 이동국선수가 돌려 줄려고 띄워 찬 볼이 그만 성남 골키퍼를 키를 넘겨 골문안에 꽂히고 말았습니다.

이동국 선수도 기대치 않은 득점에 손을 들어 고의가 아니었다는 표시를 했지만 경기 중 상황에서 들어간 득점이라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동국_500

이 골로 2대2 동점이 되자 화가 난 성남선수들이 이동국 주위로 몰려와 따지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성남의 김태훈이 퇴장까지 당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전북은 보상 차원에서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이동국이 하프 라인에서 뒤로 볼을 길게 뺐고 이것을 골키퍼 최은성이 자기 골문 안에 차 넣는 고의 자책골로 한골을 되갚았습니다.

결국 이골은 결승골이 됐고 전북은 성남에 3대2로 졌습니다.

16년전인 지난 1997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요.

당시 부천 SK의 윤정환 선수가 울산전에서 부상 선수가 발생하자 울산에 볼을 넘겨 주기위해 킥을 날렸는데 이것도 그만 골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부천은 당시 사령탑인 니폼니시 감독의 지시로 울산에 만회골을 내줘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둘다 자기팀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배려였다고 해도 이번 최은성의 자책골이 더 독특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부천의 경우에는 일부러 느슨한 수비로 골을 내준 경우고 최은성처럼 골키퍼가 고의 자책골을 넣은 경우는 K리그 사상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축구의 최고봉은 월드컵 경기에서 선수들은 늘 피파 깃발과 함께 노란색 페어 플레이(FAIR PLAY) 깃발을 앞세우고 등장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상대선수와 똑같은 조건에서 정정 당당한 경기를 펼치자는 것이 페어 플레이의 핵심입니다.

만약 전북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더 큰 비난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곧바로 골키퍼 자책골로 보상한 전북의 대응은 '진정한 매너 플레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 합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역시 대표팀 사령탑 출신답게 억울한 골을 먹은 상대팀을 위해 곧바로 골을 만들어주라는 지시를 했고 최은성 골키퍼도 망설임 없이 자기가 지키던 골문을 향해 자책골을 차넣었습니다.

전북은 경기는 졌지만 '페어 플레이'를 했다는 점에서는 더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훈훈한 매너 플레이를 선사한 전북 축구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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