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승객 273명을 태우고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출발한 대한항공 B777-300ER 여객기가 알래스카를 막 지나 베링해를 건널 때 계기판에 엔진이 멈췄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1만m 상공을 날던 항공기는 항로를 벗어나 고도를 낮추고 북쪽으로 직선 비행해 1시간 15분만에 러시아 극동 아나디리에 있는 공항에 긴급착륙했다.
이 항공기처럼 양쪽 날개에 엔진이 하나씩 달린 쌍발엔진 항공기에서 엔진 1개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엔진 1개로 목적지까지 운항할 수도 있지만, 위험 요소가 있으므로 가까운 공항에 가도록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국제 규정이 바로 'ETOPS'다.
쌍발 항공기의 엔진 하나가 꺼지는 비상상황에서 정상 작동하는 나머지 엔진만으로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는 공항에 긴급착륙하도록 했으며 대체 공항까지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제한했다.
엔진 고장시 운항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기종에 따라 60분, 120분, 180분 등으로 다르다.
이번에 엔진 고장이 난 대한항공 항공기는 제너럴일렉트릭의 GE90-115B 모델 엔진을 장착했으며 엔진 하나로 운항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207분으로 지난달 초 국토교통부로부터 ETOPS 인가를 받았다.
시카고에서 인천까지 오는 항로에는 비상시 착륙적합 공항이 캐나다 옐로나이프, 미국 앵커리지, 러시아 아나디리, 일본 치토세 등 4곳 있다.
엔진이 고장 난 지점에 따라 항공기가 비상착륙하는 공항이 정해진다.
B777 기장인 김도근 대한항공 안전조사팀장은 "일반인들이 사고로 인식하지만, 항공기가 회항하는 상황은 많다"면서 "비행기도 기계라 몇십만개의 부품이 있는데 아무리 정비를 잘해도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ETOPS 같은 철저한 준비를 하고 운항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출발 전에 비상착륙 공항 정보 등을 담은 비행계획서와 차트를 확인하며 1년에 2차례 비상상황 훈련을 받는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엔진 3∼4개짜리 항공기는 엔진 1개에 이상이 생겨도 나머지 엔진으로 운항할 수 있다.
하지만 엔진 2개를 장착한 A300, A330, B737, B767, B777, B787 기종 등은 ETOPS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받아 대체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현재는 엔진이 3개 또는 4개 달린 항공기보다 2개인 항공기가 다수다.
항공사들은 고유가 시대인 요즘 연료 효율성이 좋은 쌍발 엔진 항공기를 선호하는데 대한항공은 B747과 A380을 뺀 나머지 기종은 모두 쌍발기다.
쌍발기 가운데 특히 '꿈의 비행기'로 불리는 B787 기종은 엔진 하나로도 5시간 30분을 비행할 수 있게 설계됐다.
현재 이 기종의 ETOPS 회항 시간은 3시간이지만 보잉이 이를 5시간 30분까지 늘려 승인받으면 사실상 지구 위의 어느 지점이든 이을 수 있어 새 항로 수백개가 만들어지게 된다.
보잉의 경쟁사 에어버스는 최신형 A350 XWB의 최대 회항 시간을 5시간 50분으로 승인받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