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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딜레마…'무르시 축출' 쿠데타냐 아니냐

판단 유보한 채 상황 봐가며 원조 여부 결정할 듯

오바마 딜레마…'무르시 축출' 쿠데타냐 아니냐
이집트 군부가 선거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을 '쿠데타'로 규정할지를 놓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명시한다면 미국은 현행 법에 따라 오랜 동맹인 이집트를 상대로 한 연간 15억달러 규모의 군사 및 경제 원조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에서 마련한 법령은 선출직 지도자가 쿠데타에 의해 추방된 국가에는 원조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축출'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에 내놓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일단 쿠데타라는 표현 자체는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집트 군부에 지체 없는 권력의 민간 이양과 폭력 금지를 촉구하는 동시에 미국 행정부에 이집트에 대한 원조 제공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 백악관 및 행정부 외교·안보 분야 수뇌부와 긴급 회의를 거쳐 이처럼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그러면서도 '어정쩡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쿠데타 발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이 워낙 긴박하고 유동적이어서 쿠데타가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비켜나갔다.

미국이 무르시 축출을 사실상 묵인하되 원조 제공 중단을 무기로 조기 선거 등을 통한 민주적 정부의 재출범을 독촉하는 전략을 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헤이글 국방장관이 이번 군부 개입을 주도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이 무르시에게 최후 통첩을 보내고 그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두차례 통화하는 등 미국이 이번 상황을 관리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한 미국 정치권은 쿠데타 여부의 판단을 유보한 채 시간을 두고 이집트 정치 상황의 전개 과정을 면밀하게 따져 지원을 지속할지 결정할 것으로 짐작된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4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이집트 군부는 나쁜 결과가 초래됐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오바마 행정부가 비슷한 행보를 보인 사례가 있다.

2009년 6월 마누엘 젤라야 온두라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됐을 때 미국은 일시적으로 원조를 끊었으나 2개월이 지난 시점에 3천만달러를 다시 제공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온두라스 군부의 처사를 비난하면서도 결코 '쿠데타'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자 1억4천만달러의 연간 원조 가운데 1천300만달러를 집행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집트에 연간 13억달러의 군사 원조와 2억5천만달러의 경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도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에 대체로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의 외국 원조를 감독하는 상원 세출위원회의 패트릭 레히(민주·버몬트) 위원장은 법에 따라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집트 군부의 조속한 권력 이양 약속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도 "무르시 대통령은 대부분 이집트 국민이 원하는 민주주의에 걸림돌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하원 공화당 2인자인 에릭 캔터(버지니아) 원내대표도 "이집트 군부는 이 지역 안정에 있어 미국의 오랜 핵심 파트너였고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기관"이라며 "민주주의는 선거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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