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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이슬람 정권 붕괴…군부, 다시 전면에

<앵커>

이집트 국민의 손으로 뽑은 무르시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축출당했습니다. 이집트 군부가 대통령 권한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둔 겁니다. 혁명으로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낸 시민들이 2년 만에 다시 군부를 환영하고 나서는 상황이 된 겁니다.

긴박했던 상황을 카이로 현지에서 윤창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이 임박한 대통령궁 앞.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냈던 시민혁명 때의 구호가 터져 나옵니다.

[시민이 권력을 이미 무너뜨렸다!]

곧이어 상공에 군 헬기가 등장하고 퇴진을 거부하던 무르시가 구금됐다는 소식에 환호는 절정에 달합니다.

같은 시각 이집트군은 카이로 등 이집트 전역에 탱크와 장갑차를 전진 배치하며 상황을 완전히 장악합니다.

무르시 대통령은 군부에 의해 연금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르시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 대통령 경호부대는 반정부 시위대로 포위된 상태입니다.

[아므르/카이로 시민 : 죄가 있든 없든 무르시는 이제 더 이상 이집트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리고 잠시 뒤 군은 헌법 효력을 정지하고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엘시시/이집트 국방장관 : 대통령은 시민의 요구에 화답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군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르시 퇴진을 요구해온 수백만 시위대는 군이 국민의 편에 섰다며 환호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무르시 축출을 제2의 시민혁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흐메드/반정부 시위 참가자 : 혁명이 승리했습니다. 국민과 함께 축하하고 싶습니다. 오늘(4일)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시민혁명이 일어난 지 2년 만에 외환 보유고는 3분의 1로 줄었고 실업률은 13%를 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이슬람 헌법을 강행하고 권력 독점을 시도한 것이 민심이 돌아선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선거로 집권한 지 딱 1년 만에 권력을 잃은 무르시와 이슬람 진영은 명백한 군사 쿠데타라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압델/무르시 지지자 : 무르시가 합법적 대통령입니다. 무르시를 위해 죽을 각오도 돼 있습니다.]

일부 과격파가 무장 투쟁에 나설 경우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대사관은 철수했고, 우리 교민들과 기업들도 사태의 전개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시민들은 지금 자신들의 요구대로 무르시 정권을 끌어내린 군부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군부도 임시 대통령을 지명하고, 조기 총선과 대선으로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한 군부가 권력 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혼란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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