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아연·공기 배터리 차…언제쯤 타볼 수 있을까?

[취재파일] 아연·공기 배터리 차…언제쯤 타볼 수 있을까?
공기 배터리? 공기로 전기를 만든다? 물론 다른 것도 필요하겠죠. 정확한 이름은 ‘아연-공기 전지’입니다. 공기에 있는 산소와 물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배터리라고 합니다. 공기에 있는 산소가 양극으로 들어가면서 수산화 이온이라는 걸 만들고, 음극에서는 이 수산화 이온이 아연과 반응해서 전자가 만들어지는데, 이 전자가 외부로 흘러가면서 전류가 생깁니다. 이 전기가 바퀴를 굴러가게 하면 전기자동차, 참 매력적인 상상입니다.

이 매력적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산소가 배터리로 빨리 빨리 들어가서, 수산화 이온을 좀 더 빨리, 많이 발생시켜야 하는데, 그래야 자동차를 굴릴 만한 전기를 만들 수 있을 텐데, 그 반응 속도가 시원치 않았던 겁니다. 교과서에서 봤던 ‘촉매’가 그래서 필요한데, 이 촉매의 재질이 또 귀금속이라고 합니다. 백금 촉매, 참 비싼 과학입니다. ‘아연-공기 전지’ 만들려면 나름 금붙이가 필요하다는 건데, 전기 만들다가 거덜 나겠습니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조재필 교수 연구팀이 이 걸림돌을 제거할 만한 원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금붙이, 백금 촉매를 안 써도 된다는 뜻입니다. 탄소나노튜브, 그러니까 탄소 6개의 육각형이 서로 연결돼 관 모양을 이루고 있는 신소재로 촉매를 만들었습니다. 금붙이 없어도, 이걸로 수산화 이온을 빨리 만들도록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많은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미래부는 이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전기차 값이 지금보다 1천만 원 가량 저렴해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심장 가격이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전기차 500
물론 지금 전기차를 그냥 타고 다녀도 됩니다. 다만 300km 이상 가기는 힘들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현재 전기차의 심장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라고 합니다. 가장 궁금한 건 그럼 얼마나 더 갈 수 있느냐인데, 조 교수는 같은 크기의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아연-공기 전기차’가 현재의 리튬이온 전기차보다 주행 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600km 이상 간다는 건데요, 한국인의 나름 심리적 기준인 ‘서울~부산’ 거리를 한 번 충전에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아연-공기 전기차’를 언제나 타볼 수 있을까요. 이번에 개발한 것은 배터리의 촉매를 상온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연-공기 배터리’, 그러니까 자동차 안에 들어 있는 직육면체의 네모난, 그 완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리튬이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공기 전지도 공장에서 한 배터리를 여러 겹으로 두껍게 붙여 완제품을 만들게 되는데, 완성품으로 가는 기술적 걸림돌은 높지 않을 거라고 조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저한테는 4~5년 안에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물론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저는 마치 지하철 올해면 뚫립니다~처럼 상용화도 꽤 끈기를 갖고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리튬이온 전기차도 아직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연구팀은 사람 몸속의 단백질 구성 성분이 촉매 작용을 하는 것에 ‘영감을 얻어’ 이번 배터리 촉매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론과 수식으로 똘똘 뭉친 과학은 인간의 영감에서, 한 순간의 '유레카'에서 조금씩 전진하고, 때로는 혁명적으로 뒤집혀왔는데, 이번 성과도 그런 순간의 깨달음에서 비롯한 것 같습니다. 몇 년 뒤에 아연-공기 배터리가 나올지, 새로운 심장을 장착한 차세대 전기차는 언제쯤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수십 년 뒤? 골목 곳곳을 ‘아연-공기 전기차’가 누빈다면 연구팀의 이번 성과가 문득 생각날 것 같습니다. '공기 배터리 차' 저도 한 번 타볼 수 있겠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