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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판사도 사람인데…욱할 수도 있지?

타이어 판사 사건의 뒷 이야기

[취재파일] 판사도 사람인데…욱할 수도 있지?
기성용 선수와 한혜진 씨가 화촉을 밝혔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이들이 유명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두 사람이 유명한 이유는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본인이 하는 일을 '잘하기' 때문이겠죠. 축구선수가 축구를 잘하고,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길)

유명한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일을 잘해서> 유명한 사람과, <일은 그냥 그런데> 유명한 사람. 류현진, 박찬호, 박지성이 전자의 사례일테고.(후자는 굳이 밝히지 않을랍니다.) 전자와 후자는 어떻게 구별할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같은 직종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일을 잘해서 유명해진 사람들에겐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프로'라 부르죠, 프로에게는 배울 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요. 멀리 있는 사람 뿐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도요.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프로에게는 대부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일을 잘 못하는데 유명한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그들의 유명해진 무기는 일 자체가 아닙니다.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고,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도 그들을 프로라 부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일은 못하지만 사람은 좋은… 그들은 그저 유명할 뿐입니다. 그런 민낯을 자세히 아는 것도 역시 주변 사람들입니다.
막말판사
훌륭한 기자는 취재를 잘 하고 기사를 잘 씁니다. 훌륭한 검사는 수사를 잘 하고 공소장을 잘 쓰죠. 훌륭한 판사는 재판을 잘 하고 판결문을 잘 쓰고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니까요. 물론, 훌륭한 인격도 지녀야 하고 자기 성찰에도 민감해야 합니다만,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그와는 별도로 반드시 본인 분야의 탁월성을 가져야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재산 등 기본권을 지키는 법조인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탁월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판이 엄청난, 그리고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꽤 유명한 판사 한 분이 계셨습니다. 상식적이고, 공정하고, 훌륭하다고 알려진 분이었습니다. SNS에 익숙한 분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희망으로까지 불리던 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분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평가에는 분명히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분이 '프로'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그래서 아쉬움이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아파트 이웃과의 층간소음 문제 때문에, 순간접착제를 들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습니다. 이웃 차량의 열쇠구멍에 접착제를 바르고, 타이어를 펑크냈습니다. '얼마나 열받았으면'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저 욱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기엔 좀 찌질하게 치밀해 보였달까. 대부분의 욱하는 사람들은 멱살을 잡거나 주먹다짐을 하니까요. 우발적이라고 하기에는 방에서 접착제를 찾아 들고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요.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CCTV를 확인해 판사를 붙잡았습니다. 그래서 판사가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쩝. 물론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어떤 이유라 해도 납득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사람들도, <아무리 화가 나도 일단은 참으라>고 배우지 않습니까. 참아도 안 되면 그 때 법대로 하지요, 그럴 때 가는 곳이 법원이고요.

층간소음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대체 너는 얼마나 깨끗하냐고 물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여러번 생각했습니다만... 그런 반문 자체가 조금 궁색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따로 답하지는 않겠습니다.

판사의 혐의는 재물손괴. 경찰조사를 받고, 피해자와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재물손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처벌할 수 없는 죄) 합의한다고 끝나지가 않습니다. 피해액이 소소하고 변상도 됐으니 검찰에서 기소유예 되거나, 약식기소로 벌금 정도 내고 말 사안이긴 합니다. 그러나 상식적이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지요. 판사는 사직서를 내고 퇴임했습니다.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글이, SNS에 줄을 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상식적인 판사를 한 명 잃었다"고요. 그걸 말끄러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법원 재판부 500
이분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판결을 아주 적게 하는 것으로 법원 내부에서 유명합니다. 신중한 것으로 읽히니 언뜻 들으면 참 훌륭해 보이는데, 사정을 따져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5명의 판사가 있다고 칩시다. 판사 1명당 30건씩 사건을 배당받았는데, 판사 1명이 판결을 5건만 한다고 버티면.. 나머지 25건은 주변 판사들에게 나눠줘야 합니다. 밀린 사건들이 옆방 판사들에게 가는 겁니다. 30건 판결하던 판사들이 6건씩을 더 맡아야 하는 거죠. 과부하가 걸린 판사가 꼼꼼하게 재판을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 피해를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주 환장할 노릇이겠죠.

또 이분은 판결문에 판결 이유를 간략하게 적기로도 유명합니다. 판사들은 보통 판결문에 사실관계를 적고, 그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상세하게 적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사건의 경우 판결문이 수십장씩 되지요. 2심에서 뒤집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면 판결문 분량은 1심, 2심, 3심으로 갈수록 적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1심 판사가 판결 내용을 간단하게 적고 말면, 판결에 문제가 있을 경우 2심 판사들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일종의 민폐인 셈인데, 당하는 판사 입장에서는 참 갑갑한 노릇입니다.

사건을 취재하면서 확인하다 보니 이분에 대한 법원 내부의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정치적인 성향이나 신념에 대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상식적인 기준으로 비판하는 분들의 논지가 이해가 되더군요.(논거 없는 험담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씁쓸했습니다.

정의를 외치는 것, 외압에 굴하지 않는 것, 소신을 갖는 것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취재를 못하고 기사를 못쓰는 기자가 소신만 외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모양새가 멋지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기자에게서 제대로 된 언론인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비단 기자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겁니다.

물론..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수 이후의 삶이겠지요. 한 번의 실수가 그 분의 모든 걸 덮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꼭 그 분이 지금의 실수를 넉넉히 덮고도 남을만큼, 진정한 프로 법률가로 다시 일어서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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