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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노든의 사찰 스캔들 어디까지?

[취재파일] 스노든의 사찰 스캔들 어디까지?
  스노든 행방에 글로벌 ‘숨바꼭질’

  미국 국가안보국의 기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29살 에드워드 스노든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언론사들이 기약 없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공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을 포착하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를 하는가 하면, 쿠바행 비행기에까지 따라 탔다가 허탕을 치기도 했습니다.

  CNN의 존 데프테리오스 신흥시장 담당 에디터는 모스크바 공항 환승 구역에서 스노든을 쫓으며 보낸 36시간을 기사로 소개했습니다. CNN 취재진은 공항 환승구역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는데요. CNN 보도에서 "이제는 공항내 거의 모든 곳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됐지만, 생각보다 셰레메티예보 공항 내 환승구역은 넓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공항 환승구역 지형 탐색에 나선 이들이 가장 먼저 공략한 곳은 스노든이 투숙하는 것으로 알려진 터미널 E 안에 있는 '캡슐 호텔'이었습니다. 프런트 직원은 스노든 얘기는 들었지만, 누구도 발을 들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CNN 취재진은 결국 캡슐 호텔에 체크인 했습니다.

스노든
 전 세계 주요 언론사 가운데 CNN만 환승구역 진입에 성공했으나 스노든의 행방을 알려줄 실마리를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터미널을 배경으로 생방송 중계를 내보내는 데 그쳐야 했고, 결국에는 공항 보안직원들의 레이더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CNN 취재진은 "러시아 경비원들에게 쫓기면서 생방송 리포트를 했다"며 “스노든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계속 숨바꼭질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4일 쿠바 아바나로 가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여객기에 오른 기자들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습니다.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몰려든 전 세계 기자 수백 명은 스노든의 쿠바행 보도가 나오자 마지막 남은 비행기 표를 손에 넣으려고 전쟁을 벌였습니다.

탑승에 성공한 기자는 30명 정도였는데요. 그러나 스노든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이코노미석 17A번 좌석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11시간 반에 달하는 비행시간 동안 빈 좌석이나 찍고 기내에서 틀어주는 영화나 보면서 소일해야 했다며 허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노든과 동행한 20대 여인은?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CNN과 ABC 인터뷰 등을 통해 스노든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위키리크스는 스노든의 망명 여정에 여직원을 동행시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 여성은 지난 23일 스노든과 함께 홍콩을 떠나 모스크바 공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대 후반의 이 여성은 어산지의 최측근이자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인 세라 해리슨이란 인물입니다. 그녀는 2010년 말부터 위키리크스 연구원으로 일하며 어산지의 대변인으로 활동했습니다. 해리슨은 어산지가 피신해 있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과의 연락 창구 역할을 하며 스노든의 에콰도르 망명을 돕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세라 해리슨은 스웨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어산지가 영국 정부에 체포돼 스웨덴에 송환될 위기에 처하자 보석금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해리슨은 1년 6개월간 런던시티대학교에 있는 영국탐사보도센터(CIJ)와 공동으로 위키리크스의 자료를 샅샅이 분석했으며, 미 국무부 기밀문서 내 다국적 기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어산지 500
 어산지가 영국 정부의 재판을 기다리며 가택 연금됐을 때 거처를 제공한 보언 스미스는 어산지가 해리슨을 전적으로 신임한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는 해리슨과 어산지가 연인 사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어려운 환경과 압박을 견디고 함께 일을 진행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슨의 지인들도 그녀에 대해 금발의 호리호리한 외모와는 달리 '만만치 않다'(formidable)고 평했습니다.

개빈 맥퍼딘 영국탐사보도센터 국장은 해리슨처럼 법률 전문가 훈련을 받지 않은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스노든을 도울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해리슨은 스노든의 상황에 대해 독특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맥퍼딘 국장은 "위키리크스는 지난 2년 동안 일종의 '정부의 적'(enemy of state)으로서 상황을 헤쳐 나왔다"면서 같은 처지에 놓인 스노든의 망명을 돕는데 해리슨을 포함해 위키리크스가 적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도청 스캔들 어디까지?

스노든 도청 미국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의 불법 사찰 의혹이 잇따르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미 국가안보국(NSA)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우방국들까지 도청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와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슈피겔'과 영국의 '가디언'은 도피 중인 전 CIA 요원 스노든을 통해  미국의 무차별 정보수집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이 적대국이 아닌 우방국 대사관의 전화를 도청하고, 인터넷 망에 침투해 민감한 정보를 빼내갔다는 것입니다. 

 이 보도에 공개된 2010년 9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작성한 1급 비밀문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터키, 프랑스, 이탈리아 등 38개국이 미국의 정탐 표적으로 지목됐습니다. 워싱턴 주재 EU 대사관에는 본부에 보고할 때 쓰이는 암호화된 팩스에 도청장치까지 설치됐고,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몰래 복사해오는 시스템도 이용됐습니다.

이 작전에는 '드롭마이어'(Dropmire), 프랑스와 이탈리아 대사관 도청에는 '페르비도'(Perpido)와 '블랙풋'(Blckfoot), '브루노'(Bruneau) 등의 코드명도 붙었습니다. 우리나라 공관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정탐이 이뤄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FTA 협상에 착수한 유럽연합은 어떻게 협상이 가능하겠느냐며 극도의 배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일본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독일에서만 하루에서 수천만 건의 전화통화와 인터넷 사용기록을 수집. 저장하는 등 NSA가 유럽 국가를 겨냥해 대규모 정보수집 활동을 한 정황까지 드러나 미국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됐습니다.

독일은 벌써부터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로 하는 등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독일 연방검찰은 자국 전화와 인터넷을 감시하고 EU 사무실을 도청한 혐의와 관련해 영미 정보기관을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연방 검찰은 성명을 통해 미국 국가안보국의 전자감시 프로그램이 독일 국내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정식 수사에 앞서 믿을만한 실체적 근거를 확보하려고 관련 주장과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불법 도청 스캔들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국가정보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외교채널과 양측 정보전문가들 간 대화를 통해 이번 문제를 EU측에 적절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정보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정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미국은 다른 모든 나라가 수집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외국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을 확실히 밝혀왔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홍콩에서 스노든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시도해 보도한 가디언 기자는 앞으로 10여 건에 달하는 추가 보도를 계속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노든 역시 그동안의 행보와 기밀 유출과 관련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추가적인 기밀 유출이나 의혹 제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첩보전이나 스파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번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데요. 어산지가 말한 것처럼 이번 기밀 폭로로 그 누구도 피해를 본 사람은 없다는 주장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조지오웰의 소설 '1984' 주인공 윈스턴처럼 스노든이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결말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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