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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TE 주파수 '전쟁'…결론이 향하는 곳은?

무선인터넷 LTE-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였던 LTE 주파수 추가 할당이 한 고비를 넘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28일) 1.8GHz(기가헤르츠)를 비롯한 LTE 주파수 대역의 경매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 건데요, 이동통신 3사는 저마다 앞으로는 ‘우리가 손해’라고 주장하면서, 뒤로는 이해득실을 따지는 복잡한 셈에 돌입했습니다.

LTE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경매 방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는 아래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밴드플랜’이니, ‘인접대역’이니 하는 말들이 어려워서 저도 가능하면 눈에 걸리지 않는 표현을 쓰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단신 기사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LTE 주파수 할당 방식으로 2개 방안을 경매에 부쳐 총입찰가가 높은 방안에 따라 낙찰자를 결정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미래부가 확정한 LTE 주파수할당 방식은 KT 인접대역을 배제한 방안과 인접대역을 포함한 방안 등 2개 방식을 제시하고, 경매를 통해 입찰가가 높은 쪽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KT 인접대역을 배제한 방안은 2.6기가헤르츠 대역에서 40 메가헤르츠 폭으로 두 개 구역, 그리고 1.8기가헤르츠 대역의 한 개 구역 등 3개 구역을 경매에 부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이미 1.8기가헤르츠 대역을 보유한 SK텔레콤과 KT는 1.8 기가헤르츠에 입찰할 수 없습니다.

 또 KT 인접대역을 포함한 안은 1.8기가헤츠르 대역의 인접대역과 함께 2.6기가헤르츠 대역에서 두 개, 1.8기가헤르츠 대역에서 추가로 1개 등 모두 4개 블록을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SK텔레콤이나 KT가 1.8기가헤르츠 대역에서 신규 주파수를 확보할 경우 기존 대역은 6개월 이내에 반납해야 하며, KT가 1.8기가헤르츠 인접대역을 확보하면 수도권에서는 즉시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되 광역시는 내년 3월, 전국은 7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하는 조건입니다.

 결국 이번 주파수 할당은 인접대역을 확보하려는 KT와, 이를 막으려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연합 사이의 입찰가 경쟁으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주파수 할당방식을 확정한 미래부는 다음달 중 주파수 할당 신청을 접수하고 적격성 심사를 거쳐 8월 중 주파수 할당을 완료할 방침입니다.


 올해 초부터 통신업계를 담당하고 있는 저는 통신업계의 취재원들로부터 주파수 신규 할당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자사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이해가 가는 것도 있었고, 비전문가인 제가 들어도 억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었습니다.  기자가 이야기를 들었으면 기사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6개월째 통신 담당기자를 하면서 기사에서 신규 LTE 주파수 이야기를 한 건 지난 26일의 8시뉴스 기사 하나 뿐이었습니다.



'빠른' 속도 경쟁…요금은?  기사 링크

 왜 그랬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LTE 주파수 신규 할당 문제는 통신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이고 당면한 변화를 주는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요금을 올리거나 비난 여론에 못 이겨 내리는 것, 스미싱으로 휴대전화 소액결제에서 피해를 보는 것, 통신사 기지국 고장으로 일부 지역에 이동통신이 먹통이 되는 것에 비해 주파수 문제는 덜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영향이 없는 이슈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동통신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천 억, 혹은 조 단위의 투자를 해야 하고, 결정 단계의 작은 변화 하나도 나중에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정책상의 문제지만, 이용자들이 LTE 스마트폰 쓰는 데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자, 그래도 일단 신규 LTE 주파수를 경매하겠다는 방안이 확정이 됐으니 이제는 이게 뭔지 제가 파악하는 만큼 이야기를 해 봤으면 합니다. 일단 개념 문제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주파수를 ‘고속도로’에 비유하고 있죠. 15MHz 대역과 또 다른 15MHz 대역을 합치면 고속도로가 두 배가 넓어져서 더 빠른 통신이 가능하다, 이런 식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익숙한 도로 개념으로 주파수를 보는 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만, 아무리 고속도로라도 정체 앞에는 장사 없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주파수를 단순히 도로의 넓이로만 보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주파수를 ‘공간’ 개념으로 보면 어떨까 궁리해 왔습니다. 이런 겁니다.

 한 5층 정도 건물이 있습니다. 백화점이라고 해 두죠. S와 K와 L 패션이 각각 비슷한 넓이의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괜찮았는데 새로 나온 옷감을 쓴 상품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S네, K네, L네는 각각 매장을 넓혀야 하는 요구에 맞닥뜨렸습니다. 손님들이 ‘좁아서 도저히 쇼핑을 못하겠다’고 하는 날까지 좁은 매장을 유지했다가는 단골손님이고 뭐고 발길을 끊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세 회사는 백화점 주인에게 가게를 넓혀야겠으니 매장 공간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장사가 잘 되는 옷가게들이니 주인은 요구를 받아들이고 공간을 물색합니다. 아,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K네는 기존 매장 바로 옆 공간을 정리한 뒤 벽 하나만 허물면 지금의 두 배 넓이의 매장이 바로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에 비해 S네랑 L네는 아예 층이 다른 곳에 자리가 나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해야 하게 생겼습니다. 에스컬레이터 공사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해머로 벽만 부수면 되는 K네에 비해 너무 불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겁니다.

 물론 꾀돌이 S네는 단골들이 층을 오가는 불편을 크게 느끼지 않도록 이미 에스컬레이터 설계도 마쳐 놓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K네를 생각하면 배가 아픈 게 사실이죠. 그래서 L네와 함께 백화점 주인에게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에 대해 K네는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2층 매장을 더 좋아하는 손님들도 있을 텐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느냐, 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게 죄냐며 같이 화를 냅니다.

 그런 가운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과열되고, 또 그런 가운데 임대료는 껑충껑충 뛰어오릅니다. 자기가 그곳에서 장사하기 위한 임대료 레이스가 아니라, 남이 장사를 못하게 하기 위한 레이스라는 우울한 측면도 서서히 고개를 내밉니다.

 백화점주는 기본적으로 손해를 볼 일이 없습니다. S,K,L 세 가게의 관계가 어찌되든, 이미 막대한 임대료 수입의 꿈에 부풀었습니다. 경영 회의에서는 웃음꽃이 터져 나왔습니다. 임원들은 ‘역시 새로 나온 옷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군요.’, ‘우리 백화점 고객들만큼 새로운 유행에 민감한 고객들도 없어요. 덕분에 우리도 이런 큰 돈을 만져보네요.’ 하면서 공치사에 열심이었습니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세 입주 업체가 끝장 다툼을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뭔가 결론은 내려야 할 판입니다. 장시간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이쯤에서 다시 위의 단신 기사를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실까요?

 정부는 공공재인 주파수의 용도를 정해(분배), 이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일정한 기간을 정해 특정인에게 줄(할당)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용 권리를 받고자 하는 특정인이 복수라면, 가격 경쟁을 통해 권리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논리입니다만, 경쟁이라는 게 한도 끝도 없을 수 있다는 속성이 있다는 걸 정부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위의 ‘백화점 예시’가 제가 봐도 정밀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런 걸 감안하고서라도 결과를 내기 위해 생각을 발전시키다 보면 결국 궁극적으로는 새 옷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포장은 화려해지고 디자인도 과감해지겠지만, 누구도 손해를 보려 하지 않는 백화점 안에서, 정작 아쉬운 건 새 옷을 안 사고 살 수는 없는 단골들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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