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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 강도 높은 대북 압박 기대했지만…중국, 北 배려

한-중 정상회담 '비핵화' 공동성명 톺아보기

[월드리포트] 한국, 강도 높은 대북 압박 기대했지만…중국, 北 배려
한-중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보다 양국의 정상이 ‘비핵화’ 등 북한 관련 의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합의된 목소리를 내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상회담 뒤 발표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을 보면 보는 시각에 따라 엇갈릴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한-중간 공조 수준은 높아졌지만,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공동 노력하자는 선에서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성명 곳곳에서 북한을 배려한 듯 한 표현도 엿보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공동성명 가운데 한반도 관련 부분을 한 문장 한 문장 톺아보며 성명에 담긴 의미 등을 분석하고 평가해보겠습니다.   

공동성명 가운데 한반도 관련 부분은 모두 6 문장인데, 공동성명은 먼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시작합니다.

"한국측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을
환영하고, 남북관계 개선 및 긴장완화 를 위하여 한국측이 기울여온 노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에 대해 중국이 '환영'한다고 표현한 점입니다.
공동성명 뒷부분에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중국측이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표현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환영'과 '지지'...언뜻 봐도 뉘앙스에 차이가 있는데요. 공동성명 문안이 양국의 치열한 협의 내지 협상의 산물임을 감안하면 '환영'이라고 표현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선 '환영'한다고 했으니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은 북한 붕괴론에 입각해 대북 압박과 고립에 몰두한 것처럼 보인, 그래서 임기 내내 북한과 대립하고 충돌했던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환영' 하지만 그러나 '지지' 까지는 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올바른 길로 가면 돕겠지만 도발하는 등 잘못된 길을 선택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 그걸 누가 판단하냐는 겁니다. 
중국이나 북한이 보기엔 그 판단을 '자의적으로' 한국(미국, 일본 포함)이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으로서는 또 북-중 관계도 중요한데 한국이 표방하는 대북 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기도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을 겁니다.

공동성명은 이어
"양측은 한국과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당국간 대화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고 적고 있습니다.

이는 남북 특히 우리측에게 남북 대화에 적극 나서라는 중국측 주문으로 읽힙니다.
최근의 남북대화 시도가 '격' 논란 끝에  허망하게 무산된데 대한 안타까움 내지 실망감, 비판도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남과 북이야 말로 한반도 문제 직접 당사자 아니냐 그러니 적극적으로 만나서 얘기하라는 겁니다.

박근혜 시진핑539
"한국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분명히 하였다. 이와 관련해,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북핵 불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때 밝혔던 '북핵 불용'이란 표현 대신 '핵무기 개발이 심각한 위협'이며 '한반도 비핵화가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표현에 동의한 걸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가 기대한 '북한을 직접 겨냥한 비핵화 촉구' 등 북한을 강도 높게 압박하는 표현을 쓰지 않은채 우회적으로 북핵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위해 공동 노력하자고 한 부분은 한국도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중국의 당부로 읽힙니다.  항공모함과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등 올 초 전례없이  강도 높게 진행됐던 한미연합훈련등이 북한을 자극하는 빌미가 됐던 만큼 한국도 상황을 악화시킬수 있는 조치 대신 긴장 완화에 힘써야 한다는 겁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 외교부가 줄기차게 주문해온 관련국들의 "냉정과 절제"란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양측은 안보리 관련 결의 및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 의무와 약속이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대북 제재 관련 유엔 결의안 그리고 6자회담의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 준수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엔 결의안에 중국도 찬성한 만큼 결의안을 엄격히 지키겠다는 것이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5개국(한.미.중.일.러)이 북한에 안보와 경제지원을 약속한 9.19 공동성명도 지켜져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한 겁니다.

"양측은 6자회담 틀내에서 각종 형태의 양자 및 다자대화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남북 대화하라. 특히 북한이 미국에 제안한 북-미 회담에 대해 중국이 지지한다는 뜻입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미 대화 등을 거쳐  6자회담이 조기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공동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거듭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북-미 대화를 적극 중재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반면에 한-미-일 3국은 최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것도 작년 북-미간 2.29 합의에 + 알파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은 북한에 그런 조건 걸지 말고 6자회담을 빨리 다시 열자는 겁니다.
한미일의  "북, 먼저 성의 보여야" vs  중국(북한) "먼저 회담부터" 로 아직은 입장 차이가 커 보입니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지지'에 못 미치는 '환영'한다는  선에서, 우리는 중국이 원하는 6자회담 조기 재개 합의가 아닌 <재개를 위한 긍정적 여건 마련 노력>으로 한-중이 서로 절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측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
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증진될 수 있도록 중국측이  건설적인 기여를 해 줄 것을 희망했다.
중국측은 남북한 양측이 대화와 신뢰에 기반해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 통일 실현을 지지한다고 표명하였다."


여기서 우리측이 말하는 '중국측의  건설적 기여'는 북한을 압박해달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압박보다는 대화를 강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 북-미고위급 회담 제안 또 최룡해 특사에 이어 김계관 부상의 방중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살려나가고 남북 관계도 개선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 지지는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중국이 줄곧 표명해왔던 내용입니다. 일각에서 말하는 남한의 흡수 통일 지지 표명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먼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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