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온 판결은 모두 2건입니다. 하나는 연방 법률인 결혼보호법(DOMA: Defense of Marriage Act)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캘리포니아 주 법률(Preposition 8)에 대한 겁니다. 먼저 연방법률 사건부터 보겠습니다.
이 사건 타이틀은 United States v. Windsor (2013)입니다. 피상고인이자 원심 피고였던 Edith Windsor는 동성 배우자였던 Thea Spyer가 사망한 뒤 상속 문제에 부닥칩니다. 통상의 부부 사이에는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모든 재산을 상속세 부담 없이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시킬 수 있는데 연방 법률은 그 밖의 모든 사람에 대해서는 그런 면세 한도를 3만2천 달러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보는 DOMA 때문입니다.
Windsor가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연방지방법원)은 이러한 DOMA는 ‘동등 보호’(Equal Protection)를 규정한 수정헌법 5조 위반으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Windsor가 이미 납부한 세금을 이자와 함께 돌려주라고 명령했습니다. 정부가 항소를 했고 연방항소법원 또한 1심과 같은 판단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바마 정부는 이 DOMA가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송을 낸 Windsor도 이 법이 위헌이라 하고 법원도 위헌이라고 보는데 국가를 대표해서 이 법을 지켜야 하는 정부도 위헌이라고 보니 사실 원고 피고가 싸워야 하는 소송의 대립 구도가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오바마 정부는 판결에는 동의하면서도 세금을 환급하지는 않은 채 법을 직접 만든 의회에 이 법률을 지키기 위해 참가할 것인지 묻습니다. 결국 소송에 나오는 U.S.라는 것은 의회가 됩니다. 각 심급별로 소송을 요구하는 쪽의 이름이 앞에 나오는 관례에 따라 항소심과 상고심은 U.S.라는 표시가 앞에 나온 거죠.
대법원은 5명이 위헌, 4명이 합헌으로 의견을 내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합헌으로 소수의견에 가담했습니다.
다음으로 캘리포니아 주 법률에 대한 겁니다. 원래 캘리포니아에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률이 있었는데 2008년 주민 발의로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죠. 곧바로 여러 소송이 제기됐는데 일단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동성 결혼 금지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 법률 때문에 결혼증명서를 받지 못한 사람이 연방지방법원에 낸 소송에서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도 당시 슈워제네거 주지사나 브라운 법무장관이 모두 이 법률이 위헌이라면서 법정에서 법률이 합헌이라고 변호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겁니다. 그러자 당시 법안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항소를 했고, 항소법원에서도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고를 허가해서 앞서 살펴본 결혼보호법 사건과 같이 심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판결도 함께 선고됐는데 결론이 특이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법률이 위헌이라고 본 연방지방법원 판결이 확정된 겁니다. 이유가 조금 복잡한데 앞서 이 사건이 어떻게 연방대법원까지 오게 됐는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주 법률의 위헌 여부인데 1심은 Perry v. Schwarzenegger였다가 나중에 Perry v. Brown이 됩니다. 피고인 슈워제네거와 브라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입니다. 슈워제네거의 후임이 브라운입니다. 주지사들이 법률을 방어하지 않으니 법안을 주도했던 주민인 Hollingsworth 등이 상고를 하면서 사건명이 Dennis Hollingsworth, et al., petitioners v. Kristin M. Perry, et al.로 바뀝니다. 결국 주 법률의 위헌 여부를 주 당국이 아닌 일반인이 다투는 모양이 된 거죠.
연방대법원은 결국 본안인 동성결혼 금지가 합헌이냐 위헌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민간인이 법률에 대한 위헌 판결에 항소할 자격이 있느냐는 부분을 먼저 판단하게 됐습니다. 절차적 문제를 먼저 봐야 하니까요. 여기서 대법원은 동성 결혼 금지 법률의 폐지로 인해 기본권의 피해를 입지도 않는 개인들이 위헌 판결에 항소, 상고할 자격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판결 주문은 “상고인들은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 항소할 당사자 자격이 없다. 따라서 연방항소법원 판결은 파기하며 항소를 기각하는 취지로 판결할 것을 명령한다”는 겁니다.
이 판결에는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5명이 다수 의견을 형성했고 앞에서 결혼보호법이 위헌이라고 봤던 케네디 대법관은 오히려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대법관에 따라서는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단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법원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동성 결혼 금지의 위헌 여부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는 문제니까 두 사건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연방지방법원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효력 발생을 일단 연기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행정적인 절차가 끝나는 대로 캘리포니아 주 법률은 폐기됩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당장 동성 커플에 대해서도 결혼증명서 발급을 시작하겠다며 반기고 있습니다.
일부 기사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반쪽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이 캘리포니아 주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지 않고 절차적 문제만을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캘리포니아 주 법률이 위헌이라고 본 연방지방법원 판결을 확정했기 때문에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물론 연방대법원이 직접 위헌 여부 판단까지 했으면 전국적인 효력이 바로 생겼겠죠. 하지만 비록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있는 연방지방법원 판결이 확정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결혼보호법에 대한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감안해보면 앞으로 비슷한 유형의 소송이 제기될 경우 위헌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9명의 대법관이 5대 4로 나뉘어 어떤 결론을 내렸을 경우에는 언제든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결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때문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도 무리지만 그렇다고 반쪽 판결이라며 그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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