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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래도, 마케팅도 젊은 감각으로 부활 꿈꾸는 '오빠들'

[취재파일] 노래도, 마케팅도 젊은 감각으로 부활 꿈꾸는 '오빠들'
 올해 상반기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유독 '오빠들'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데뷔 30주년 안팎의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매하거나 대규모 콘서트로 돌아오면서, 오랜 기간 이들을 지지해오던 팬들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가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 팬들이지만, 여전히 건재한 '오빠'의 모습과 자신의 팬심을 돌아보며 그 시절 젊고 파릇한 열정을 다시 발견한 사람들도 꽤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오랜 시간 함께한 팬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오빠들'에게 함께 열광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음원만 듣던 자녀들이 음반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콘서트장에선 아이돌 가수 이상의 환호를 보냅니다. 갑자기 '오빠'가 좋아진 걸까요?

 음악의 힘이 이 정도인가, 싶었습니다. 누구나 좋은 음악을 들으면 환호하는게 당연하니까요. 지난 4월 말 19집을 들고 온 가왕 조용필 씨의 음반이 그렇습니다. 음반 시장이 침체됐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20만장 판매를 기록하는데 한달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이 기세에 LP까지 제작돼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구매력이 있는 4,50대 팬들이 대부분이지만, 2,30대 판매량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의 펑크, 발라드 풍의 풍성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 애잔한 가사가 돋보이는 곡...젊은 세대의 입맛에도 맞는 곡들로 팬층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음악만 젊어진게 아닙니다. 음반을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도 많이 변했습니다. 조용필 씨는 10년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 발매에 앞서 가장 대중성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곡을 골라 온라인에 먼저 공개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음원차트 순위를 통해 앨범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자, 앨범이 곧 발매된다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합니다. 음반엔 정성스레 만든 10곡이 빼곡히 담겼지만, 이미 음반이 아닌 음원의 시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SNS 홍보도 늦추지 않습니다. 새 앨범 소식을 꾸준히 알리는가 하면, 앨범이 발매되는 당일에는 일부 팬들과 언론을 상대로 소규모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일명 '쇼케이스'라 불리는 일회성 공연으로, 새 앨범 수록곡들만 선보일 수 있는 그야말로 이벤트 성격의 공연입니다. 더 많은 관객들에게 곡을 소개하고 싶지만 공연장 객석은 한정돼 있고... 이번엔 쇼케이스를 온라인에 생중계했습니다. 꼬박 한시간 동안 공연영상 조회수는 25만건, 모바일 시청자가 70% 가량 되는 걸로 추정되는 만큼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조회수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원 선공개, 쇼케이스, 온라인 생중계...아이돌 가수만 이런 홍보를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조용필 씨도, 5만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를 준비하던 이문세 씨도, 하드록의 대표주자 들국화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한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공연 온라인 생중계 사업은 가수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올 상반기에만 15팀이 자신의 공연을 온라인에 생중계했는데, 국내 가수들 뿐 아니라 제이슨므라즈 같은 해외 가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만큼 반응이 폭발적이란 얘기입니다. 이들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건 역시 중,장년 가수들입니다. 예전엔 새 음반을 발매하면 라디오나 음악방송으로만 신곡을 소개해 왔던 이들이지만, 온라인을 활용해 누구나 제한없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에 답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수들 입장에선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라이브 무대로 팬들을 만나는 부담은 있겠지만 기존 팬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큰 선물이자, 무심코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을 보다 콘서트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젊은 팬들까지 흡수할 수 있으니 무리수를 두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승철_500

 최근 4년만에 새 앨범을 발매한 이승철 씨를 만났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진한 록발라드와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오랫동안 듣고 싶은 곡들로 유명한 가수입니다. 그리고 어느덧 데뷔 28년, 중장년 가수 반열에 오른 '오빠' 가운데 한명입니다. 역시 음원 선공개,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 음반 발매와 함께 쇼케이스, 온라인 생중계...어느것 하나 빠진게 없습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쇼케이스도 난생 처음 해본다고 하더라고요. TV와 라디오에서도 꾸준히 신곡이 들려옵니다. 예전보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이런 마케팅도 매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할 수 있는게 무궁무진하니까 그만큼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더군요. 예전엔 음반을 내놓고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었지만, 이젠 다양한 세대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이런게 '음악으로 이룬 세대간 소통'일까요. 젊은 세대를 끌어안으려는 '오빠'들의 노력에 음악을 보고 듣는 재미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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