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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뜨거운 바람 '훅'…도로변 실외기 테러

<앵커>

그렇지 않아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훅 불어와서 짜증나는 경험 다 해보셨지요.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입니다. 규정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안 지키는데가 태반입니다.

임태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도심의 상가 밀집지역입니다.

한창 가동 중인 에어컨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내뿜습니다.

실외기가 가동된다는 걸 알 수 있도록 휴지를 붙인 뒤 관찰해봤습니다.

열기가 몸에 닿을까 봐 행인들은 실외기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지납니다.

[남우진/행인 : 안에 있는 사람들은 시원할지 모르겠는데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더운 바람이 나오니까 불편해서 안보이는 곳으로, 위나 지하로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실온에서 다른 하나는 실외기 앞에 뒀습니다.

열풍을 쐰 아이스크림은 10초도 안 돼 녹아 줄줄 흘러내리더니 금세 홀쭉해졌습니다.

실외기에서 나오는 바람 온도는 얼마나 될까?

열 화상 카메라로 찍은 화면입니다.

실외기의 표면 온도는 52도, 가열된 실외기로부터 불어나오는 바람은 45도가 넘습니다.

[박태성/건설기술연구원 : 현재 온도가 30도씨 정도 되고, 실외기에서 흘러 나오는 온도가 45도씨 정도 되는데, 이런 높은 온도의  공기가 정체된 도로로 흘러나왔을 땐 주변의 공기 온도를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건축물 설치 규정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는 이렇게 지면에서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보행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한 가게에 들어가 봤습니다.

[에어컨 주인 : (실외기 설치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아시나요?) 전혀 몰랐어요. 땅에다가 해달라고 한적도 없고, 위에다가 해달라고 한 적도 없고. (설치업자가) 그냥 저렇게 해주신 거예요.]

지상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바람막이를 설치해야 하지만, 상당수 실외기는 90도로 돌려 세워놓거나 다른 물건으로 가려 놨습니다.

해당 구청은 현실적으로 불법 실외기를 일일이 찾아다니긴 어렵다며,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시정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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