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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이 전기 요금 더 내…이상한 누진제

<앵커>

전기를 많이 쓰면 요금을 더 내야하는 게 요금 누진제입니다. 전기 절약이 목적이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요금 덜 받겠다는 에너지 복지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누진제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저소득층이 있습니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2011년 12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전기요금 인상 브리핑 : 낮은 전기 요금에 석유류 소비가 전기로 바뀌어서 에너지 소비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지나치게 싸다며 지난 2년간 네 차례나 인상된 전기 요금.

[홍석우/전 지식경제부 장관, 지난해 6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 우리하고 경제적인 협력관계 있는 아무 나라나 대보시면 그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전기료가 쌉니다.]

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유금옥/서울 화곡동 : 한 달에 2~3만 원이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보통5~6만 원이에요.]

[이은영/서울 화곡동 : 더워서 에어컨 틀고, 선풍기 틀고, 또 제습기 틀고 그러면 너무 많이 나오고 또 아기가 있으니까 생활하는 데 안 틀 수 없는거고 너무 부담되죠.]

또, 정부 말대로 누진제를 통해 전기를 절약하고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요금을 덜 내게 될까?

TV와 냉장고 등 기본적인 전기 기구만 있고 집 크기도 비슷한 두 가구를 비교해 봤습니다.

왼쪽은 월 소득이 4~50만 원인 6인 가구고 오른쪽은 월 소득이 500만 원인 1인 가구입니다.

저소득층 6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요금은 3~4만 원선.

[저소득 가구 : 적은 돈이지만 부담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름에 아르바이트하고 돈 많이 벌어야 할 것 같아요.]

반면, 월 소득이 500만 원이 넘는 1인 가구의 전기 요금은 1만 원 안팎입니다.

[고소득 가구 : 전기요금이 그렇게 많이 나와서 고생했다거나 부담스럽다거나 그런 느낌을 전혀 갖지 않았어요. 기억을 잘 못 할 정도니까요.]

국회 예산처 조사 결과, 최저생계비의 5배를 버는 1인 가구는 1kWh당 111원을 냈습니다.

반면,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5인 이상 가구는 165원을 냈습니다.

누진제 때문이라는 겁니다.

[전수연/국회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 : 가난하면서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가구원 수가 많은 그런 가구들은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측면들이 있다 라는 거….]

게다가, 기초 생활수급자는 가스요금이나 지역난방요금과 달리 전기요금에서 8천 원을 할인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액에서 7천 원을 공제합니다.

전기 절약을 위해 누진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적어도 누진제 때문에 저소득층이 더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은 피해야만 진정한 에너지 복지라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하 륭,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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