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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② "먼저 성의부터" VS "먼저 회담부터"

6자회담 '동상이몽'...각국 복잡한 셈법

[월드리포트] ② "먼저 성의부터" VS "먼저 회담부터"
그렇다면 이번에는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은 북한이 제기하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북한에겐 핵 위협)까지 포함해 6자회담을 빨리 열어서 논의해보자는 입장입니다. 한-미-일이 "먼저 북한이 성의를" 이라고 외치자 중국은 "먼저 회담부터 열자"라고 대꾸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룡해 특사와 김계관 부상의 입에서 '6자회담'이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국들에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전폭기가 한미훈련을 핑계삼아 서해안과 동해안에 들락거리는걸 마뜩치않게
여겨왔습니다. 미국이 북한 핑계를 대고 중국 입장에선 앞마당이랄수 있는 서해안 등에 걸핏하면 군사력을
전개하는게 중국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핵우산 제공 문제를 제기하는게 중국 입장에서는 내심 고마울 수 있고, 그래서인지 이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켜 6자회담을 조기에 재개하자고 관련국들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회담이 재개되면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첫 북핵 외교 성과이자, 회담 의장국으로서 국제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 회담이 열리는 동안은 북한이 도발하거나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자고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6자회담이 이른 시일내에 열리지 않더라도 북한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대화 공세'로 인해 국제사회는 북한에 제재를 가하자고 하기가 머쓱한 상황이고 그럼 북한도 추발도발에 나서지 않으면서 나름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차선의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오바마 시진핑


그럼 미국은 어떨까요?

오바마 행정부의 머릿속에 북한 핵문제는 시리아나 이란 등 중동 문제보다 앞에 있는 거 같지 않습니다. 정책의 우선 순위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북핵 문제는 풀기도 쉽지 않은, 골치만 아픈 난제로 여기고 있는 듯 합니다. 오바마 1기 행정부 때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으로 자체적인 해법을 내놓는 대신 중국과 한국이 먼저 잘 풀어보라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바마 등 미국 지도부들은 "중국이 예전과 달라졌다"며 부쩍 중국을 칭찬하는 소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이 좀 엄해진 측면이 있는데 "잘한다, 잘한다" 추켜세우며 자신은 뒤로 살짝 빠져있는 듯 한 모습입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남북대화 진전 없이는 북-미 대화 안하겠다며 일단 뒤로 한발 물러서 있습니다. 북한에게는 작년 숙제(2.29 합의)부터 내놓으라고 하면서 말이죠.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적당히(?) 말썽 피우면 크게 문제될 게 없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지만 핵탄두를 만들 정도로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까지 성공했는지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핵탄두를 실어나를 미사일은 아직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군사력이 당장 미국에게는 실질적인 위협이 안된다는 겁니다. 대신 문제아인 북한의 존재는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 자연스럽게 개입할수 있는 명분을 줄 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고, 미 국방부 입장에선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예산 삭감을 그나마 줄일 수 있고 우리와 일본에는 미사일방어체제(MD) 등 각종 무기를 팔 수 있는 등 여러 이점을 제공해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일본 관련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하면 가장 호들갑을 떠는 국가입니다. 여기에는 북한의 위협을 될 수 있으면 크게 부각시켜 자신들의 국방력을 강화하는데 이용하고자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평화헌법을 바꿔 보통국가로 가고자 하는 일본 정치인들에겐 북한은 '필요악'입니다.

일본에게 북한은 또 국제사회에 일본이 유일하게 피해자임을 선전하게 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납치자 문제입니다.  2차 대전 전범으로 피해를 준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 진정어린 사과 대신 과거사 부정과 역사 왜곡 등으로 아직도 고통을 주고 있지만 납치자 문제만 거론되면 일본은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신분이 바뀌고 목소리가 커집니다.

6자회담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에는 비핵화외에 관련국들간 상호 관심사, 즉 일본의 경우에는 납치자 문제를 북한과 논의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일본은 북한과의 양자회담이나 북핵 6자회담 등이 열리면 가장 주요한  의제로 납치자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6자회담장을 납치 문제 해결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모인 이번 워싱턴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도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거론했고, 미 국무부가 회동 뒤 발표한 일종의 언론 발표문에도 납치자 문제를 다시한번 명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주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을 받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북핵 불용이란 원칙만 재확인했을뿐 새로운 해법이 모색되거나
도출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은 중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역할'이란 당연히 북한을 '압박'해달라는 뜻이겠죠. 그렇지만 북한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대화 하자고 공세를 펴는 마당에 그리고 중국도 공개적으로 6자회담부터 열어 논의하자는 입장을 천명한 상황에서 과연 중국이 우리가 바라는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늘 아침 베이징의 도심은 스모그에 갇혀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시계'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분명한 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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