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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오버 맨의 야심작'…맨해튼의 파란 자전거

뉴욕의 유료 공유자전거 시스템 '시티바이크'취재기

[월드리포트] '오버 맨의 야심작'…맨해튼의 파란 자전거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우리로 치면 '오버 맨'이다. 기발하지만 과격한 발상들을 속속 정책으로 현실화시키고 좌충우돌하면서도 은근한 인기를 얻는다. 뉴욕의 유명한 담배 괄시(?) 정책이 그랬고, 스티로폼 용기, 탄산음료 규제 발상이 그랬다. 이 고집쟁이 시장님은 올해 임기를 끝낸다. 그가 가장 하고 싶었던, 그래서 가장 공들인 사업이 바로 유료 자전거 공유시스템인 '시티 바이크(citi bike)'이다.

"24시간 대중교통망, 미국내 최대 자전저 공유시스템이 공식 출범합니다. 준비됐습니까?" 지난 달 27일, 그는 시티바이크 사업의 시작을 알리면서 담백한 연설을 했었다. 이번 사업을 위해 400회 넘는 회의가 열렸고 6만5천건의 인터넷 시민제안을 일일이 검토했으며 세금을 소모하지 않기 위한 혁신적 방안에 고심했음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시행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사업은 성공적이다. 1년 회원권 가입자가 3만5천명, 자전거 대여 이용 건수는 25만 건을 넘어서고 있다. 당연하다고? 아니다 사실 이 사업처럼 불평과 반대가 많았던 사업도 없었다. 그리고 최종성공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설득력있지만 집요해서 의심스러운 반대론

그 복잡하다는 뉴욕 맨해튼과 브룩클린 시내에 현재 330곳을 만들고 앞으로 300곳을 더 짓겠다는 자전거 정류장부터가 강한 반발을 불렀다. 도심 차로 일부를 할애해 만든다고 하니 그렇지않아도 100년이 넘은 고고학적(?) 설계로 거미줄처럼 복잡한 맨해튼 도심 소통에 방해가 될 것이란 우려는 당연했다.

일단 택시운전사들이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 정류장이 생기는 도로 근처의 상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손님들이 차를 댈 수가 없으니 당연히 고객이 줄어들 거란 얘기였다. '자기 가게 앞에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안전도 숙제가 됐다. 난폭하기로 소문난 뉴욕의 운전문화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삼켜버릴 것이란 우려였다. 재기많은 뉴욕의 젊은이들은 자전거 도로에 잘못 세워진 경찰차에 자전거 이용자가 충돌하는 풍자영상을 인터넷에 쏟아냈다. 설득력은 있어보였다. 실제로 위험하니 말이다. 그런 비난의 결말 부분엔 꼭 세금문제가 거론됐다. "내가 낸 세금을 이 자전거 사업에 쓰지말라"는 것이다.

웃기게도 이것은 보수-진보간의 논리싸움으로 번졌다. 뉴욕의 SNS에선 '언론재벌 루펏 머독이 시티바이크를 혐오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번졌다. 실제로 그가 대주주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 시스템의 사소한 결함을 자주 비판해왔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이자 진보 논객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의 부유층들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생활이 몸에 뱄기 때문에 도로변 주차공간이 자전거 정류장으로 변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뉴욕의 보수진영은 블룸버그 시장의 정책이 있을 때마다 반대해왔다. 콜라 등 탄산음료 규제법의 경우처럼 그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잡지 기자는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보수진영은 건강에 좋다거나, 공유하는 개념으로 어딘가 프랑스 분위기가 나거나, 환경보호주의나, 블룸버그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상 밖의 '대박'…제3의 대중교통 가능할까?

초반 성공에는 과감한 리더십이 한 몫을 했다. 반발이 이어지는 자전거 정류장 건설을 강행했고, 이해관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이 시설들은 너무 많아서 맨해튼을 걷다보면  쉽게 눈에 띄었다. '갑 중의 갑'이라는 시티은행의 협찬을 이끌어 낸 것은 블룸버그의 개인기였을까? 자전거엔 협찬은행의 마크가 들어갔지만 왜 그래야하는지 뉴요커들은 이해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뉴욕시의 세금까지 쏟아부어야하는 사업이었다면 애초부터 시행은 힘들었을테니 말이다.

두번 째는 엄격한 반납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누구나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하루, 일주일 단기이용자는 100불의 보증금이 붙었다가 자전거를 반납하면 사라진다. 혹시 분실하거나 가져간다면? 1천불이 카드로 청구된다.

그리고 이용자는 30분, 혹은 45분마다 한번씩 자전거를 반납하거나 바꿔타야한다. 무슨 불편함이냐 하겠지만 자전거 분실을 막고 항상 정류장에 이용할 자전거가 남아있도록 하는 한마디로 '대여 선순환'의 장점을 발휘했다. 반발을 부를 것으로 우려했단 요금제도 장점이 됐다. 자전거 정류장이 고장났다고 시 재정에 손을 벌릴 필요가 없으니 운영에 순조로움을 더 할 수 있다.

블루자전거 캡쳐_5
체험해보니 운전문화가 문제…기자는 무섭기도


SBS 뉴욕지국 사무실에서 타임스퀘어까지 달려봤다. 구간 마다 꾸역꾸역 막히는 차들을 보면서 그 옆으로 내달리는 느낌은 상쾌했다. 효과는 탁월했다. 하지만 뉴욕 특유의 복잡하고 난폭한 운전문화는 큰 걸림돌이었다. 자전거 도로 표시는 선명하지만 툭툭 좌회전을 들어오는 차량들, 그리고 떡하니 전용도로를 막아선 트럭들과 공사현장 장애물 때문에 이동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복잡한 맨해튼 도로의 위압감에 순간 순간 무섭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가능하다. 나는 일단 자전거에 능숙하지 않다. 그리고 선택한 코스는 자전거 친화적인 코스는 아니었다. 허드슨 강에 가까운 서쪽과 반대 동쪽의 자전거 도로는 훨씬 아름답고 안전하다.

일단 뉴욕의 유명한 '옐로우 캡'택시 운전사들이 갈수록 불어나는 이 파란 자전거들에게 생계의 큰 위협을 느끼고 있으니 일부러 들이받진 않더라도 배려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광객이라면 자전거를 능숙히 다루는 분이 아니라면 코스 선택을 유의하셔야 한다. 출퇴근 용도가 아니라면 맨해튼의 조용하고 안전한 지역에서 즐기시면 될 듯하다.

뉴욕시는 안전운행 문제가 고개를 들자 아예 무료 자전거 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택시, 버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전거도 특유의 영역을 확보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시행 초기는 성공이었다. 언론에는 체험자들의 시티 바이크 찬양론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업을 반대하는 분들에 대한  젊은 뉴요커들의 반격도 시작되고 있다.

"그럼 우리는 계속 이렇게 화석연료 연기 마셔가면서.. 교통정체로 갑절이 되는 택시비 내 가면서 살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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