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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인실은 6인실 대기소… 대학병원 환자는 ‘상급’ 투쟁 중

[취재파일] 2인실은 6인실 대기소… 대학병원 환자는 ‘상급’ 투쟁 중
병실료는 ‘상급’, 정부 대책은 ‘하급’

  최근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이 내세운 '상급'이란 단어가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병원 6인실에 입원하고 싶어도 방이 없어, 비싼 1, 2인실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현실을 취재하면서, 이 '상급'이란 단어가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언어유희 같습니다만, 상급병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더 심각합니다. 상급종합병원이란 종합병원 상위 단계의 3차 의료기관으로, ‘대형 대학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상급병실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가 100% 부담하는 4인 이하 병실을 말합니다.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실이 없어 1, 2인실에 떠밀려 입원해 본 경험,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시민 1,0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봤더니 81%가 이런 원치 않는 입원을 해 봤다고 응답했습니다.

  상급 병실은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도 상급입니다. 1인실은 하루 최대 48만원, 2인실은 16만 원에서 20만 원 초반의 병실료를 지불합니다. 건강보험에서 80%를 적용해 주는 5,6인실이 1만 원 정도라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부담입니다.

  문제는 5,6인실 태부족 현상이 해소되기는커녕 심해진다는 겁니다. 전체 의료기관의 5,6인실 비중은 82%지만, 상급종합병원은 65%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병원에선 5,6인실이 원래 부족하니 입원하기 싫으면 다른 병원 가라고 합니다. 아픈 것도 서럽고, 심지어 건강보험료도 꼬박꼬박 냈는데, 정작 입원할 일이 생기면 항시 ‘만석’입니다. 병실이 없다니까 그저 기다리고, 아프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퇴원하면 그만인 걸까요. 그렇게 해마다 환자 주머니에서 나온 상급병실료가 2010년에만 9천 7백억 원이 넘었는데도 말입니다. 

  당연히 정부 대책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아우성이 멈추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2011년부터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병상을 늘릴 경우, 70%는 5,6인실로 하도록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2010년 말 정부는 이 문제가 해소될 거라고 홍보했습니다.

콧방귀도 안 뀌는 상급종합병원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는 얘기조차 들려오지 않습니다. 병실을 늘리기는 하고 있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통계를 구해 들여 봤습니다. “콧방귀도 뀌지 않는 걸!” 이게 제 결론입니다. 마치 ‘상급’의 ‘격’을 고수하는 북한처럼 말입니다.

[아리]'하늘의 별
  우리나라에는 4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 병원처럼 이름만대면 알만하고, 왠지 믿음이 가는 곳들입니다. 이런 대형 대학병원들은 모두 3만 8천여 개의 병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건보가 적용돼 1만 원 대에 머물 수 있는 병상은 65%에 불과합니다. 10년 가까이 크게 변치 않는 수치입니다. 사실 3,4인실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대학병원들은 1,2인실과 5,6인실을 1:2의 비율로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 정부 대책이 시행된 이후를 볼까요. 상급종합병원은 2011년과 이듬해 사이 347개의 병상을 늘렸습니다. 그런데 1,2인실을 압도적으로 많이 늘렸습니다. 1,2인실 등 상급병상 253개를 늘릴 때, 5,6인실 병상은 고작 94개를 더 들였습니다. 상급종합병원 1곳당 평균 7.8개를 늘렸는데, 5.7개가 상급병상인 겁니다. 정부가 억제한 상급병실을 2.6배 더 늘리고 있는 겁니다. 2009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니, 6.4배나 더 늘린 걸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설득과 타협은 뒷전… ‘면피’ 급급한 복지부

  사실 우리나라 병상은 포화상태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잘 나가는 상급종합병원이 한 해 평균 8개를 못 늘리는 실정입니다. (요양병원의 병상 수가 한 해 최근 3년 간 2만개 가까이 늘고 있어 전체 의료기관 병상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당국이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때문에 보건의료단체에선 항상 상급병실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며 정부를 비판합니다.

  사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0년 5월 입법예고에선 기존 상급종합병원은 10% 이상 증축을 할 때만 5,6인실을 70%이상으로 확대한다고 공표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대책도 대형 대학병원이 병실을 10% 늘릴 때만 적용하려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 반발로 이 기준을 삭제했습니다. 등 떼밀려 뒤늦게 상급병실 대책을 내놓고도, 병원들의 수익에 타격이 없도록 최소한의 조치만 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항상 의료계의 반발이 있고,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들 만한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 역시 “환자의 부담을 경감하는 측면이 아니라, 의료계의 수익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생산돼 왔다”고 비판합니다.

  그나마 얼마 늘지도 않는 신규병상에만 한정된 대책으론 고급병실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보입니다. 현재 대학병원은 5,6인실을 50% 선만 유지하면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최근 의료계에선 5,6인실이 없어 3,4인실에 머무는 환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자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때 본인부담금엔 차등을 줘야 한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을 제시한 전문가들도 이것이 근본대책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결국 기존 병상의 5,6인실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채찍과 당근이 필요합니다. 건강보험 부담이 늘고, 병원은 반발할 게 뻔합니다. 하지만 설득과 타협을 이뤄내는 게 복지 당국의 책임입니다. 건보료를 올려서라도 “쓸 데는 쓰자”고 국민을 설득하는 건 유능한 관료의 덕목입니다. 기존 5,6인실 병상 비율을 6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단계적인 대책도 세워야 합니다. 한계를 드러낸 미봉책만 믿고 면피하는 복지 당국에겐 국민들의 불신만 쌓여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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