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대화록 전면공개를 주장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당 차원에서 '선(先) 국정조사-후(後) 대화록 공개'라는 단계적 방안을 내놓은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이자 2007년 10·4 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을 지낸 문 의원이 정면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은데는 참여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입장에서 험악한 진위공방으로 비화된 'NLL 포기발언' 논란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긴급 발표한 성명에서 "누차 강조했듯이 결코 해서는 안될 어리석은 짓이지만 이제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다"면서 "대화록과 녹음테이프 등 녹취자료 뿐 아니라 회담 전 준비자료와 회담 이후 각종 보고자료까지 함께 공개한다면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통령기록물 공개 가능한가
문재인 의원은 전면 공개를 제안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공개의 방법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다. 대화록이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공공기록물이 아닌 대통령기록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할 수 있는가?'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중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다.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7조 4항에 따라 아래의 경우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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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조(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
④보호기간 중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을 허용하며, 다른 법률에 따른 자료제출의 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1.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루어진 경우
2.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 다만, 관할 고등법원장은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외교관계 및 국민경제의 안정을 심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등에는 영장을 발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3.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기록관리 업무수행상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의 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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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재적의원 2/3 찬성… "열람은 가능 · 공개는 불가"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열람만 가능할 뿐 일반에 공개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 이를 확인한다해도 일반 국민에게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공개할 경우 누설 금지를 규정한 19조를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의 처벌을 받게 된다.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조치 해제를 심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언론 매체나 출판물 등에 공표해 사실상 보호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인정되는 지정기록물에 대한 조항이라는 게 대통령기록관 담당자의 설명이다.
다만 국회가 여야 합의로 재적의원 2/3 이상 찬성을 얻어 열람한 뒤 일부를 공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여야 합의라는 정치적 행위인 만큼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할 수도 있다. 면책특권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행법 위반이란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만 따지자면 사실상 대통령기록관의 대화록과 자료는 공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가정보원이 보관중인 대화록은 어떨까? 여야가 합의만 하면 언제든지 공개가 가능하다는 게 국정원측의 설명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인 대통령기록관 보관본과 달리 국정원 보관본은 공공기록물이어서 국정원장이 비밀을 해제해 제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화록의 바탕이 된 녹음파일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갖고 있다 해도 대화록과 달리 녹음파일과 보고자료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남북대화당시 전체적인 맥락 이해를 위해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 진실공방, 공개되면 해소될까?
같은 대화록을 놓고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다들 자료를 전면공개하면 사실여부가 명명백백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자료는 더욱 그렇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그런 예다. 삼국시대의 유일한 정사이지만 저자인 김부식의 사관이 사대적이고 보수적이라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 밖에 보지 않는다"는 로마 시대 카이사르의 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화록이 공개될 경우, 당초 의도와 달리 여야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공방만 격화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국민까지 두 편으로 갈려 반목할 수 있다. 솔직히 정치권의 경우 어느 한쪽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걱정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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