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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두란 아담'…터키를 뒤흔든 '침묵'

에르도안의 강경진압에 맞선 터키 시민들의 새로운 저항

조용해진 광장…시위는 끝났나(?)

터키 반정부시위의 중심지 이스탄불 탁심 광장과 게지 공원은 시위대에 대한 무관용과 강경진압을 반복한 에르도안 총리 정부의 바람처럼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우고 반정부시위를 벌이던 '불순분자'(?)들을 깨끗이 청소했기 때문입니다. 광장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불안불안 조마조마, 뭔가 찜찜하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없었던 시민들의 가슴엔 거대한 불덩이같은 게 자리잡았을 겁니다.

저항의 불길을 다시 지피다…터키를 뒤흔들고 있는 '침묵'

그런데 울분을 삭이던 이스탄불 시민들의 가슴에 다시 불을 붙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현지시간 17일 밤 물병과 가방을 둘러맨 한 남자가 탁심광장 한 가운데로 들어서더니 터키의 국부인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화와 터키 국기를 아무 말 없이 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세 한 번 바꾸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꼿꼿이 서서 전방을 주시하며 이 남자는 6시간을 그렇게 버텼습니다. 방송 취재진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앞을 바라보는 침묵으로 답했습니다. 이 남자는 터키의 행위예술가인 에르뎀 균듀즈씨였습니다. 에르도안 정부의 무자비한 진압에 대한 시민불복종 운동 차원에서 한 달간의 침묵시위에 돌입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무릎 한 번 굽히지 않고 전방을 주시하는 부동(不動)의 움직임과 침묵의 울림이라는 행위예술을 통해 저항의 의지를 표출해 낸 것이죠.

터키 전국으로 확산 중인 '두란 아담' 시위…44시간 버티기도

에르뎀씨의 시위는 삽시간에 '서있는 남자'라는 뜻의 터키어 "DURANADAM" 혹은 영어로 "STANDING MAN"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됐고, 그의 시위에 동참하려는 시민 수백명이 광장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돌 조각 하나 던지지 않고 어떤 물리적 저항도 없이 그저 전방을 주시하고 서 있는 기묘한 시위를 방치할 지 고민하던 터키 경찰은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강제로 해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과 그 다음 날엔 더 많은 시민들이 침묵시위에 동참했고, 경찰도 명분없이 그들을 광장에서 끌어낼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미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두란 아담’ 시위 열풍 속에 무려 44시간이나 한 자리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사람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 사람의 행위예술로 시작된 저항의 ‘침묵’은 어떤 거창한 구호나 슬로건보다 더 강력하게 이미 거대한 울림으로 터키 시민들 사이에 각인되기 시작했고, 또한 겉으로 평온을 되찾은 터키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아직 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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