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편에게 시달리던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엄마가 남편 몰래 아이를 데리고 출국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이 엄마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한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06년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은 남편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자, 13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출국했습니다.
이후 아이를 베트남 친정에 맡겨둔 채 양육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가 미성년자 약취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남편 몰래 아이를 데려간 것이 약취에 해당한다는 거였습니다.
엄마는 어린 아이에겐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용직/변호사, 베트남 여성 변호인 : 피고인의 행위는 모성의 발현으로 인한 것으로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엄마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엄마로서 아이를 보호·양육하기 위한 행동이었고 폭행이나 협박을 해 아이를 데려간 사실이 없어 약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어린 아들을 혼자 두고 친정에 가는 것이 보호·양육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대법관 5명은 남편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했다며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무죄 입장을 낸 대법관 8명 가운데 5명은 국제 결혼이 빈번한 현실에서 이런 경우에 합당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충 의견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