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역사적 연설'의 감동이 그가 제안한 핵감축의 실효성 때문에 빛이 바래고 있다.
2009년 발표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에 이어 이번에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한 공동 핵감축을 제한했지만 "감축량이 너무 적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일 '핵탄두 1천개로의 감축은 티도 안 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제안은 진행속도나 폭 측면에서 기껏해야 단계적 감축에 불과하고 핵전쟁 계획에도 뚜렷한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것처럼 미국이 최대 3분의 1의 핵무기를 줄여도 여전히 핵탄두 1천여개가 남아 방어용 병기로 주장하기에 너무 양이 많다는 것이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미국의 전략 핵무기 숫자는 1천654개로 2009년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이 제안한 제한기준 1천550개를 웃돈다.
반면 러시아는 핵무기 1천480개를 갖춰 이미 제시된 한도보다도 보유량이 적은 상태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이 핵무기를 오바마의 현 감축목표보다 훨씬 적은 450개까지 줄여도 여전히 위협이 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핵무기 300개만으로도 타격 30분 내에 국민 7천700만명을 즉사시키고 방사능 낙진으로 국토를 황폐화하는 암담한 결과를 빚는다는 것이다.
공동 핵감축 제안을 받은 러시아의 반응은 쌀쌀하다.
러시아 연방의회의 미하일 마르겔로프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핵감축 논의는 먼 미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19일 오바마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 직전 오히려 러시아의 핵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감축 제안을 무색게 했다.
러시아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이 유럽에 구축한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이 걸림돌이다. 러시아의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MD는 아예 논의 대상에서 빼고 군축을 제안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핵무장 국가가 많은데 미국이 유독 러시아의 핵감축만 강조한다는 것도 불만거리다.
마르겔로프 외교위원장은 "핵무기 보유량을 줄이는 이슈는 분명히 미국과 러시아 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공화당 등의 반발이 심하다.
켈리 에이욧 상원의원(공화·뉴햄프셔)은 감축 제안이 "잘못됐고 위험하다"고 성토했다.
마이크 엔지 상원의원(공화·와이오밍)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의 핵위협 대처에 소홀하면서 러시아만 달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러시아와의 공동 핵감축은 미국 상원의 비준 절차가 필요해 험로가 예상된다.
AP통신은 애초 작년 2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핵무기 감축 목표와 관련해 ▲1천∼1천100개 ▲700∼800개 ▲300∼400개 등 3개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하다 작년 11월 재선 이후로 판단을 미뤘고 재집권 뒤 결국 감축량이 제일 적은 안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오바마 핵 감축안에 "너무 적게 줄인다" 비관론
러시아 "먼 미래에나 가능"…미국서도 '안보 무시' 비판 빗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